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전 세계로 확산하는 '김치의 날'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법정기념일로 만든 '김치의 날'

美 곳곳 이어 英서도 제정 바람

한국산 김치 수출 더 늘어나고

K푸드 브랜드 가치 제고 기대

김춘진김춘진




얼마 전 국민 배우 김수미 씨를 ‘김치 명예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김 씨는 “나중에 묘비명에 ‘하루 세끼 김치 먹고 오래 산 사람’이라고 적어달라고 할 정도로 김치를 사랑한다”면서 “소화가 안 되면 약 대신 동치미를 먹기 때문에 일 년 내내 집에 동치미가 떨어질 일이 없다”고 했다. 발효 식품인 김치는 유산균이 풍부하기 때문에 김치가 소화를 돕고 속을 편하게 해준다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있는 사실이다. 속이 편안하면 긍정적인 생각과 행동이 나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필자는 김치를 ‘평화의 음식’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평화의 음식인 김치가 과거 일본의 기무치, 중국의 파오차이 등 황당한 논란에 엮인 적이 있었다. 김치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해온 대한민국 국민의 소울푸드다. 누구도 다시는 김치를 놓고 억지를 부리지 못하도록 ‘김치의 종주국은 대한민국’임을 명확히 밝힐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이런 이유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김치의 날’이 세계적인 기념일로 제정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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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2일 ‘김치의 날’은 김치의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2020년 우리나라에서 제정한 법정 기념일이다. 김치 소재 하나하나(11)가 모여 22가지 효능을 나타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21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의회에서 우리나라와 똑같이 ‘김치의 날’을 제정한 데 이어 버지니아주·뉴욕주·워싱턴DC에 이어 올해 1월에는 뉴저지주 하원에서도 제정 결의안이 통과됐다. 이외에도 미시간주·메릴랜드주·조지아주 등에서 김치의 날을 선포했고 최근에는 영국 런던의 킹스턴구가 유럽 최초로 김치의 날을 지정하기도 했다. 김치의 날 제정 결의안은 김치의 역사와 인기, 건강식품으로서의 우수성, 한국이 김치의 종주국이며 유네스코가 김치 준비·보존 과정인 김장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인정했다는 내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사회·문화적 영향력이 높고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다문화 사회 미국에서 김치의 날이 법정 기념일로 제정되는 것은 의미가 크다. 지난해 미국 연방 김치의 날 제정 촉구 행사에서 만난 한국계 매릴린 스트리클런드 의원은 어렸을 때는 미국 친구들이 김치를 몰랐지만 이제는 미국 내 모든 슈퍼마켓에서 김치를 찾을 수 있다면서 김치의 달라진 위상을 전했다. 연방 결의안을 발의했던 캐럴린 멀로니 의원은 “한국계가 아닌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김치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은 문화 교류의 긍정적인 사례”라고 했다.

음식만큼 좋은 문화 교류의 매개체도 없다. 지금 전 세계에 불고 있는 한류의 원동력이 된 것도 김치를 비롯한 한식이다. 한류가 본격화하던 2010년대 중반 해외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국 문화 콘텐츠를 조사하면 매년 한식이 1위, 패션·뷰티가 2위, K팝이 3위를 기록했다. K팝 이전에 한식이 해외에 한국을 알리고 한국 문화를 전파해왔던 것이다. 특히 한국이 김치 종주국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앞으로 한국산 김치 수출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이 네덜란드처럼 연간 1000억 달러 이상의 농수산 식품 수출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K푸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김치의 날 확산을 통해 김치가 그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집단을 대표하는 정체성은 종교나 사상일 수도 있고 문화적인 요소일 수도 있다. 한국인의 정체성은 한국의 음식 문화, 즉 한식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김치가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켜왔듯이 이제는 우리가 김치의 정체성을 지키고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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