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를 신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가 하루 만에 취소했다. 정 변호사는 24일 국수본부장으로 임명됐으나 임기 시작을 하루 앞둔 25일 입장문에서 “아들 문제로 국민들이 걱정하시는 상황이 생겨 중책을 수행할 수 없다”며 국수본부장 지원을 철회했고 대통령실은 곧바로 발령 취소 조치를 내렸다. 정 변호사의 아들이 고교 시절 동급생에게 8개월가량 언어 폭력을 행사했다가 강제 전학 처분까지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장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수통 검사 출신인 정 변호사는 애초부터 3만여 명의 전국 수사경찰을 총지휘하는 국수본부장을 맡기에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런 만큼 인사 검증이 더 철저하게 진행됐어야 했다. 더욱이 정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 폭력 사건에 과도하게 대응했다는 사실은 2018년 언론을 통해 보도된 적이 있다. 이런데도 학교 폭력에 연루됐다는 기초적 사실마저 빠뜨렸다는 점에서 인사 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정 변호사가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돼 검증이 부실하게 진행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 현 정부의 부실 인사는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지난해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음주운전 전력에 이어 ‘만 5세 입학’ 논란 확산으로 중도 사퇴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경북대병원장 등으로 근무할 때 아들과 딸이 경북대 의대에 편입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물러났다. 인사 실패가 반복되면 공정과 상식을 국정 철학으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은 26일 “인사 검증에 한계가 있었음을 인정한다”면서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차 검증을 실시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과 최종 검증을 맡은 대통령실도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윤 대통령은 이번 임명 취소 사태를 뼈아픈 성찰의 계기로 삼아 잘못된 인사 추천·검증 시스템을 바로잡아야 한다. 차제에 현 정부의 협소한 인재 풀과 검사 출신 위주의 검증 시스템도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그래야 인사 참사 재발을 막고 국정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