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단독]최악 인력난 조선소, 공정 한달째 밀렸다

현대重·대우조선 등 줄줄이 지연

거제시 취업자에 1000만원 지원

지자체·기업 일손 구하기 안간힘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생산 인력 부족으로 공정이 지연되는 국내 조선사들이 속출하면서 각 지자체가 올해 1000만 원 안팎의 파격적인 지원금을 뿌리며 인력 수급을 위한 공세를 펴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329180)·대우조선해양(042660)·삼성중공업(010140) 등 국내 조선 3사의 공정이 도크장 기준 계획으로 한두 달 지연되고 있다. 수주 물량이 늘어나고 있지만 현장에 투입할 인력은 오히려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주가 증가한 세계 1위 조선소 현대중공업의 일부 공정은 한 달 넘게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한 달 정도 공정이 늦어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인력난이 심각한 일부 사외 협력사들이 블록 생산에 차질을 빚는 것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2년 전 대거 수주한 물량을 올해부터 처리해야 하지만 생산 인력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며 “도크장 일정을 생명처럼 지키는 조선소로서는 매우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정부와 지자체도 신규 조선소 취업자에 대한 혜택을 대폭 늘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HJ중공업 등이 소재한 국내 최대 조선업 도시인 거제시는 최근 신규 취업자에 대한 1000만 원 안팎의 지원을 확정했다. 조선소에 새로 입사한 인력은 3개월만 일하면 100만 원을 준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6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올해는 이주정착금 360만 원도 지급한다. 월 30만 원씩 12개월 동안 지불하는 정책이다. 여기에 도약장려금·숙련퇴직자재취업자금 등도 올해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 울산시 역시 이주정착비 300만 원 등을 지원하며 거제와 비슷하게 현금성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

기업도 나섰다. 현대중공업은 이달 초 조선 기술 인재를 1000명 육성한다는 목표 아래 매월 장학금 100만 원을 지급하며 기숙사도 무상 제공한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이번 지원은 고용위기 지역에 해당되는 것이라 울산·영암 등 주요 조선업 도시들에도 비슷한 혜택이 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감 2배 늘었지만 인력 그대로…외주단가 20% 폭등도



거제시 대우조선해양의 한 근로자가 작업하고 있다. 연합뉴스거제시 대우조선해양의 한 근로자가 작업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선소 공정 지연이 사상 처음으로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조선 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고육책으로 임금과 현금 지원액을 올려도 조선업에 인력이 유입되는 속도는 매우 느리다. 오히려 일감이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다.

거제시는 지난해에도 취업장려금 100만 원과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 등을 통한 수백만 원 규모의 지원금을 조선소 취업자들에게 줬지만 인력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는 지원금 규모를 더 늘렸다. 거제에 본사를 둔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지난해 1월 직영 인력이 8443명이었지만 올해 1월에는 8219명으로 200명 넘게 줄었다. 외주 인력도 지난해 11월 1만 1131명에서 올 1월 1만 1252명으로 별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일감은 늘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은 2020년 891만 CGT(표준화물환산톤수), 2021년 1786만 CGT, 지난해에는 1627만 CGT의 일감을 수주했다. 2021년부터 예년보다 2배가량 급증한 일감을 올해부터 본격 처리해야 하지만 생산 인력은 그대로다.

대형 조선소마저 공정 지연이 심화하자 임금과 협력사의 외주 단가도 뛰고 있다. 5년 차 정도의 조선소 용접공은 주 52시간제에 맞춰 일해도 500만 원 이상의 월급을 받는다. 일당으로 계산하면 하루 20만 원에 육박한다.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도 한국인 근로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따라오고 있다. 대형 조선소들은 협력사에 주는 외주 단가를 지난해보다 15~20% 올리기도 했다.

파격적인 현금성 지원에도 내국인 근로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외국인 근로자 도입 외에는 대책도 없다. 정부가 최근 5주 이상 걸리던 조선소 취업용 외국인 비자를 10일 안에 내주고 경력이 없는 외국인도 소정의 교육을 받으면 일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도입한 이유다. 지역 대학들은 조선소에서 일하는 외국인 학생 전용 학과도 만들고 있다.

조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일을 배우면 자국으로 떠나는 외국인 근로자 도입에 대해 부정적 기류가 있었지만 이제는 외국인 근로자가 조선업의 중추가 됐다”며 “다만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으로 내국인 근로자를 일정 부분 육성해야 조선업이 그나마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호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