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만 해도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중동에서는 물값이 석유 값보다 비싸다더라’는 말이 나오면 ‘참 이상한 나라도 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시골에서는 동네 우물에서 물을 긷거나 집에 있는 펌프에 마중물을 붓고 손잡이만 움직이면 물이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일부 수입산 생수의 경우 석유 값보다 비싼 시대가 됐다.
인체의 70%를 차지하는 물은 영양물질 운반과 노폐물 배출, 체온 조절에 필수적이다. 농업 분야는 물론 반도체 등 첨단산업 현장에서도 괜찮은 물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 유엔이 1992년 ‘세계 물의 날(3월 22일)’을 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기후 위기 시대에 물 부족과 수질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경각심을 갖자는 취지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50년 물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인구가 50억 명에 달할 것으로 우려했다. 차세대 석유로 불리는 수자원 관리에 대한 관심이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담수화 기술을 비롯한 수자원 관리 기술의 고도화를 위해 노력한 이상호(54·사진) 국민대 건설시스템공학부 교수가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받았다. 이 상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 주관한다. 담수는 강이나 호수 따위와 같이 염분이 없는 물을 말한다.
이 교수는 차세대 수처리와 담수화 기술을 비롯해 스마트 기술을 접목한 선도적인 수자원 기술 개발에 앞장서왔다. 차세대 담수화 기술인 막증발 공정은 해수 담수화뿐 아니라 산업 폐수 처리에도 활용 가능한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막모듈과 공정 설계 기술의 부족으로 아직까지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지 못했다. 해수 담수화를 위해 현재 사용되는 증발법이나 역삼투법은 에너지 소모량이 상대적으로 높아 중동 등 일부 지역에서만 쓰인다.
이 교수 연구팀은 전산 유체 역학을 이용한 막모듈 해석과 설계 최적화, 중공사 모듈 기반 막증발 공정 설계 기술 개발, 막오염·스케일 제거를 위한 전처리 및 물리적 막세정 기술 개발을 추진했다. 그 결과 플럭스(flux)와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모듈 설계 기술, 시뮬레이션 기반의 공정 설계 최적화 기술을 비롯해 플랜트 유지 관리를 위한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 하루 300㎥ 규모의 막증발 실증 플랜트를 설계·제작·운영해 상용화의 기반도 구축했다. 플럭스는 분리막을 통과해 처리된 물의 속도를 의미하며 수처리 효율과 관련된다.
연구팀은 신개념의 해상 이동형 담수화 선박 개발을 추진해 지난해 2월 세계 최초로 자체 기관으로 항행할 수 있는 하루 300㎥ 규모의 자항식 담수화 선박 제작에 성공했다. 최근 시범 운영을 통해 가뭄에 시달리는 전남 소안도의 주민들에게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공급하기도 했다.
도시 물 공급-물 순환 연계 융복합 시스템 구축 기술의 개발로 도시 물 공급 시설과 물 관리 시설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관리 비용 10%를 절감했다. 이 교수는 “기후변화에 따른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 방법을 모색해 혁신적 신기술을 개발했다”며 “국내 수자원·담수화 산업 발전과 수출에 기여하고 국내 섬들의 물 부족 해결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