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巨野, 英노동당의 롤러코스터에서 배워라

민주당, 팬덤정치와 李 방탄에 매몰

노란봉투법도 내편 강성노조 챙기기

노동계와 거리두기 등 외연 확장하고

지속적 혁신 통한 대중정당 변신할 때





더불어민주당이 총체적 난국에 직면했다. 국회의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31표 이상의 반란표가 나오자 일각에서는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강성 지지층은 의원들에게 일일이 찬반 여부를 확인하고 욕설·협박이 담긴 문자 폭탄을 보냈다. 심지어 ‘수박·반동분자’의 이름을 적은 낙천 대상 명단까지 나돌고 있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이번 사태는 민심을 외면한 채 강성 지지층의 ‘방탄’ 요구와 진영 논리에만 매몰된 결과다. 개딸(개혁의 딸)로 대변되는 팬덤과 아집에 사로잡힌 극단적 대결 정치가 심판을 받은 셈이다. 지지층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실패한 내부의 난맥상이 표출된 결과이기도 하다.



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도 오직 내 편만 챙기겠다는 편 가르기의 산물이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말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농성까지 벌이며 노란봉투법 입법을 요구해왔고 민주당은 이에 화답하듯 국회 본회의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파업 가능 범위를 대폭 넓히고 파업 등 쟁의행위에 대해 기업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한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수많은 하청 업체 노조가 원청 대기업을 상대로 파업을 벌일 수 있게 된다. 일부 대기업 노조는 벌써부터 하청지회를 결성하는 등 조직화 작업에 나섰다고 한다. 지난해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51일간에 걸쳐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독을 무단으로 점거했다. 일부 선박 공정이 중단되면서 하청 업체들은 심각한 경영난을 겪어야 했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이런 사태가 곳곳에서 터져나올 수 있다. 대기업들이 하도급 계약 자체를 꺼려 일감이 줄어들고 잦은 파업 사태로 결국 영세 기업과 근로자들만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그래 놓고 영세 근로자를 위한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법제화는 기를 쓰고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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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시장의 패러다임은 이미 급속히 바뀌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노동자 간의 계층 분화를 가져왔다. 더 이상 대기업 노조의 조합원들이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의 열악한 환경에 시달리는 소외 계층이라고 볼 수는 없다. 현대자동차가 진행하는 400명 규모의 생산직 채용에 10만 명 지원설까지 나오는 판이다. 우리 노동시장도 이런 변화에 맞춰 달라지고 유연해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영국 노동당의 변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동당은 1979년 총선 이후 4연속 패배하자 노조의 그늘에서 벗어나 폭넓은 대중적 기반을 갖춰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했다. 노동당은 노조만을 위한 정당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리기 위해 노조 단체에 우선권을 부여하던 ‘블록 투표제’를 폐지하고 1인1표제를 도입했다. 산별 노조의 상급 단체인 영국노동조합회의(TUC)와도 본격적인 거리 두기에 나섰다. 당의 핵심 가치인 생산수단 국유화를 담은 당헌 제4조도 폐지했다.

노동당은 토니 블레어가 보수당의 경제정책을 수용해 ‘블레처리즘(Blatcherism)’을 내세운 이후에 다시 살아났다. 노동당은 1997년 총선에서 보수당에 압승을 거둬 18년간의 보수당 집권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후 2010년까지 13년을 집권하며 전성기를 열었다. 하지만 노동당은 당 노선을 둘러싼 내부 갈등과 소극적인 쇄신 활동에 가로막혀 다시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 지나치게 급진적인 무상 복지 공약 등 좌파 노선으로 일관한 것도 지지율 하락을 초래했다.

민주당의 현실은 어떤가. 글로벌 패권 전쟁에서 우리 기업에 힘을 실어주고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해내는 대안을 제시해본 적이 있는가 묻고 싶다. 변화를 외면하고 기득권에 안주한 정당은 결국 공멸하게 된다는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 블레어 전 총리는 “노동당의 정책이 약자에 대한 연민과 보호에 그쳐서는 곤란하다”며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돕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살아남으려면 영국 노동당의 롤러코스터에서 배워야 한다.


정상범 수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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