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회원국 평균에도 못 미치는 저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역성장을 한 10개 회원국 중 한 곳인 한국은 올해 경제 전망까지 어두워 3년 연속 회원국 평균에 못 미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OECD 내 ‘성장 중진국’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암울한 평가마저 내놓고 있다.
1일 한국은행과 OECD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한국 경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4%(속보치) 감소해 2020년 2분기 이후 10분기 만에 역성장했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0.3%)보다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현재까지 분기 성장률이 발표된 29개국 중 폴란드(-2.4%), 리투아니아(-1.7%), 오스트리아(-0.7%), 스웨덴(-0.6%)에 이어 다섯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독일·헝가리(-0.4%), 체코(-0.3%), 핀란드(-0.2%), 이탈리아(-0.1%) 등을 감안하면 역성장을 기록한 10개국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도 2.6%로, 역시 OECD 회원국 평균 성장률(2.9%)을 밑돌았다. 한국 성장률이 회원국 평균보다 낮았던 경우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발생한 직후였던 1998년(-5.1%)과 코로나19 발생 이후인 2021년(4.1%), 2022년(2.6%) 등 총 세 번이다. OECD는 1998년에는 2.9%, 2021년에는 5.6%, 지난해에는 2.9% 성장했다.
문제는 올해 전망이 더 우울하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정부 전망치(1.6%)와 같은 수준이지만 아시아개발은행(ADB·1.5%), LG경영연구원(1.4%), 주요 해외 투자은행 9곳(평균 1.1%)은 우리 경제가 올해 이보다 더 나쁠 것으로 보고 있다. OECD도 지난해 11월 경제 전망에서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8%, OECD 평균을 0.8%로 각각 제시했다.
그러나 이후 우리 경제의 하방 리스크는 커진 반면 OECD를 주도하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당초 우려에 비해 경기 약화 흐름이 완만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평균 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중위권 국가로 굳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IMF의 경우 올 1월에 미국·중국·유럽 등 주요 국가의 성장률을 올리면서도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기존 2.0%에서 1.7%로 낮췄다. 특히 저성장 트랩에 갇힌 일본(1.8%)도 성장률을 낮게 잡아 충격을 줬다.
실제 지난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EU 평균인 3.6%와 비교해도 1%포인트 떨어졌고 영국(4.0%), 이탈리아(3.8%), 캐나다(3.6%)보다도 낮았다. 자칫 우리 경제의 둔화 속도가 빨라질 경우 올해까지 3년 연속 OECD 평균에 못 미치는 성장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셈이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도 기대보다 낮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 우려감을 키우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하반기 이후에는 (우리 경제) 성장세가 점차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주요국의 통화정책, 중국 경제의 회복 상황, 국내 부동산 경기 등과 관련한 전망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