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에게 빼놓을 수 없는 스마트폰. 나의 모든 것을 알고 있고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한다. 이런 스마트폰이 범죄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지능적이고, 음침하게 정보를 수집하고, 차근차근 일상을 무너뜨린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누구나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며, 경각심을 울리는 작품이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감독 김태준)는 평범한 회사원이 자신의 모든 개인 정보가 담긴 스마트폰을 분실한 뒤 일상 전체를 위협받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현실 밀착 스릴러다. 나미(천우희)는 퇴근길,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스마트폰을 잃어버린다. 스마트폰을 주운 준영(임시완)은 나미 폰에 스파이웨어를 설치한 뒤 돌려준다. 이를 통해 나미의 모든 것을 알아낸 준영은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접근한다. 준영은 서서히 나미의 평범한 일상은 파국으로 만들기 시작한다. 살인 사건을 쫓는 형사 지만(김희원)은 사건 현장에서 아들 준영의 흔적을 발견하고, 그가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불길함에 휩싸인다. 지만은 준영을 몰래 조사하기 시작하면서 사건이 전개된다.
작품은 스마트폰이 얼마나 우리 삶에 깊숙이 관련돼 있는지 보여준다. 스마트폰 안에는 취미, 취향, 동선, 인간관계, 계좌 정보 등 개인의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 단순하게 스마트폰 하나를 잃어버리는 게 아니라, 내 정보가 담긴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되는 셈이다. 이를 악용한 게 준영이다. 스마트폰을 주워 정보를 수집하고, SNS와 메신저를 이용해 인간관계를 단절시킨다. 나아가 스마트폰에 달린 카메라와 마이크를 해킹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스마트폰이 걸어다니는 CCTV로 변할 수 있는 것이다.
정보가 힘인 세상, 스마트폰 하나를 이용해 손쉽게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게 작품이 말하는 바다. 준영이 나미의 스마트폰을 주운 후 나미의 아버지를 납치하기까지 고작 3일이 걸린다. 또 준영이 나미의 일상을 무너트리고 세상과 단절시키기는 것도 순식간이다. 사각지대를 이용해 한 단계 진화된 지능형 범죄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는 일상의 공포로 이어진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잃어버릴 수 있고, 누구나 나미가 될 수 있다. "그냥 스마트폰을 주워서 범죄를 저질렀다"는 준영의 말처럼 불특정 다수가 범죄의 대상이 되는 거다. 또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불안감, 스마트폰 터치 한 번으로 사회적으로 매장될 수 있다는 걱정이 인다. 작품이 새로운 범죄 형태를 관객에게 인식시켜 경각심을 울린 셈이다.
모든 건 배우들의 호연으로 완성된다. 지능형 연쇄살인마, 사이코패스로 변신한 임시완은 새로운 얼굴을 하고 있다. 음침하고, 음흉하며 집요한 표정이다. 그는 나미 앞에 가서 당당하게 거짓말을 할 정도로 얼굴이 두꺼운 준영의 살벌한 광기를 표현한다. 천우희는 일상 그 자체다. '누구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작품의 메시지처럼, 평범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일상적인 톤과 과장되지 않는 표현으로 내 옆에 있는 누군가처럼 느껴진다.
스마트폰이 중심이 되기에 연출 방식은 독특하다. 메시지, SNS, 카메라의 시선으로 전개되는데, 마치 영화 '서치'를 연상케 한다. 스마트폰에서 일상으로 넘어가는 간극은 자연스러운 화면 전환으로 이뤄진다. 스마트폰 세상과 실사의 비율을 적절히 유지하면서 관객들의 몰입감을 이어갈 수 있는 연출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