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인슐린 제품 가격을 70% 전격 인하한다. 이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의료복지 강화에 나선 바이든 행정부가 대형 제약업체들의 폭리 행태를 비판하며 가격 인하를 압박한 결과로 풀이된다.
일라이릴리는 1일(현지 시간) 가장 대중적으로 처방되는 인슐린 제품인 휴마로그와 휴물린 가격을 올 4분기부터 70% 인하한다고 밝혔다. 현재 휴마로그의 가격은 바이알(병)당 274달러(약 36만 원), 휴물린은 148달러 수준이다. 휴마로그의 제네릭(복제약) 제품인 리스프로 가격은 5월부터 병당 82달러에서 25달러로 낮춘다. 이는 시중 인슐린 제품 가격 중 최저가로 1999년 가격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의료비 절감 정책을 추진 중인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대형 제약업체들에 인슐린 가격을 낮추라는 압박 강도를 높인 결과로 분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2월 한국의 국정연설 격인 연두교서에서 “메디케어 가입자뿐 아니라 모든 당뇨병 환자에게 인슐린 가격을 월 35달러 이하로 낮추라”고 촉구했다. 지난해 시행된 IRA에 따라 미국 공공의료보험 메디케어 가입자들은 인슐린 구입 시 월 35달러 이하만 내면 되지만 개인 보험이 없는 사람들은 여전히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일라이릴리는 30년간 휴마로그 가격을 1000% 이상 인상해왔다”며 “이번 발표는 제약사 폭리에 대한 정치적 압박이 커지고 있는 데 따른 조치”라고 전했다.
일라이릴리는 가격 인하와 더불어 인슐린 제품 구매에 들어가는 본인 부담금을 월 35달러로 제한하는 ‘인슐린 밸류 프로그램’을 민간 보험 가입자에게까지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약 200만 명이 인슐린 처방 시 비용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해당 소식을 반기며 “다른 제약사들도 일라이릴리를 따라 인슐린 가격 인하에 나서야할 때”라고 말했다. 사노피, 노보노르딕 등 주요 제약사들은 자체적인 인슐린 지원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지만 가격 인하에 동참할지에 대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