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둔화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올해 들어 업황 반등의 기미가 엿보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디스플레이 업계가 업황 악화에 따른 재고를 털어내기 위해 일제히 공장 가동률을 낮춘 상황에서 상반기 중국 최대의 온라인 판촉 행사를 앞두고 일부 TV 제조사를 중심으로 패널 비축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감산 효과의 초입에 들어선 만큼 패널 가격은 상반기 동안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복수의 시장조사 업체에서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이 상반기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잇달아 발표했다.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는 1분기 패널 제조사의 낮은 가동률이 고객사 재고 고갈로 이어져 3월부터는 완만한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TV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의 3월 평균 가격은 한 분기 전인 지난해 12월보다는 1.9%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재고 과잉으로 패널 가격이 분기마다 20% 가까이 가파르게 떨어졌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트렌드포스 역시 3월 32~55인치 LCD 패널 가격이 3~5%, 65인치 패널 가격은 7~9%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업체는 “‘618행사’ 판촉을 앞두고 중국 TV 제조사들이 2분기 초 미리 패널을 비축할 것”이라며 “패널 제조사들이 가동률을 줄이면서 손실을 제한하고 TV 공급망 전체에서 재고량을 평소 수준으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618행사는 광군제 다음으로 중국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온라인 쇼핑 행사다. 또 다른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도 2월 대형 LCD TV 패널 가격이 전월 대비 3~4%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TV뿐 아니라 PC·노트북 등에 들어가는 IT 패널도 TV보다 늦지만 전반적인 판가 상승에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에도 PC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약세가 지속되지만 패널 업체가 크게 감산하면서 노트북 PC 패널 수급이 1분기 이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감산 효과가 유지되는 동안 전 세계적인 세트(완제품) 수요가 회복할 수 있을지다.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에 따라 선별적인 패널 주문 강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TV와 정보기술(IT) 기기의 주 시장인 북미와 유럽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수요가 받쳐줘야 유의미한 시장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상반기 전반적인 세트 수요가 횡보세를 유지하다 하반기 들어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디스플레이) 업황 저점은 재고 소진이 마무리되는 때”라며 “하반기는 세트 수요 회복도 예상돼 패널·부품·소재 전반의 수급도 개선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