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납세자의 날’ 행사에 참석해 ‘정치와 이념에 사로잡힌 과세’를 지적한 것은 사실상 문재인 정부 시절 누더기가 된 세법에 대한 비판이다. 특히 포퓰리즘적 ‘정치 복지’를 언급한 것은 난맥상으로 흐른 전임 정부의 세정을 바로잡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풀이된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징벌적 세법을 정책 수단으로 5년 내내 활용했다. 2017년 정권 출범부터 다주택자 전체를 투기 세력으로 단정하고 적폐 청산의 일환으로 세금을 부과했다. 문제는 정책의 약발이 통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임기를 마칠 때까지 30여 차례의 땜질식 대응으로 세제는 더욱 누더기가 됐다. 부동산세제가 빈번하게 바뀌자 시장에서는 ‘양포세(양도세를 포기한 세무사)’라는 조어까지 등장했다.
전임 정부가 부동산세제에 손을 댄 것은 정권 출범 3개월 만인 2017년 8월로, 2014년 폐지됐던 양도세 중과를 부활시켰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기본 세율(6~45%)에 10%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는 20%포인트를 더 내는 것이 골자였다. 2020년에는 다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을 더욱 늘렸다. 4주택 이상 보유자에게만 적용해오던 취득세 중과세율 4%를 2주택 8%, 3주택 이상 12%로 세분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양도세는 갈수록 강해졌다. 양도세 중과세율을 2주택은 20%포인트, 3주택자 이상은 30%포인트로 각각 끌어올리자 다주택자는 집을 팔 수도 없게 됐다.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감면 혜택 기준도 종전의 ‘취득 시점’에서 ‘1주택자가 된 시점’으로부터 2년으로 강화해 퇴로를 계속 좁혔다. 이는 전월세 가격 앙등→전세난 가중으로 귀결됐다.
그때서야 정부는 1주택자 위주의 부담 완화책을 쏟아냈다. 예외에 예외를 덧붙이자 주택 거주·보유 기간에 따라 8가지였던 1주택자 양도세율의 ‘경우의 수’가 189가지로 늘어났다.
사정이 이렇자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난수표 아니, 해독해도 해석도 안 되는 수준”이라고 비판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재벌 대기업을 겨냥해서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높였다.
윤석열 정부는 세제의 정상화를 꾀했지만 막강한 의회 권력을 장악한 거야에 속수무책이었다. 야당은 부자 감세 프레임으로 완강하게 버텼다. 정부안대로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조세특례제한법(반도체·배터리 등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내용)도 지원이 미흡하다며 확대하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로 재차 정부가 개정안을 냈지만 방탄 국회에 몰두한 야당은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2주택자 중과세를 폐지하는 다주택자 취득세 완화 방침 역시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어 3월 임시국회 통과도 요원한 상태다.
가까스로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정부안에서는 상당히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연말 국회에서 처리된 법인세법 개정안은 정부가 주장한 최고세율 3%포인트 인하에서 후퇴해 과표구간 세율을 1%포인트씩 낮추는 수준에서 합의됐다. 연초부터 시행될 예정이던 금융투자소득세는 여야 합의로 2년간 미뤄졌지만 이 기간 주식양도소득세 과세 기준은 현행 10억 원으로 유지됐다. 정부 여당은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1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고수했으나 민주당은 부자 감세라며 끝까지 반대했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는 “정치와 이념에 치우친 세정으로 국민 혼란이 커졌고 민간 주도 성장을 방해하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여당이 공평한 과세를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정밀한 계획으로 여론을 유리하게 조성해야 야당도 움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