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신용보증기금이 이르면 올 상반기에 기업에서 보유한 데이터의 경제적 가치를 반영한 금융보증 상품을 내놓는다. 기업이 가진 무형자산인 데이터를 자산으로 인정해 대출 때 정부 기관이 보증을 보강해주는 방식이다. 설비나 자산은 없지만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업을 하는 플랫폼·구독 서비스 기업들의 새로운 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데이터 산업 진흥 및 이용 촉진에 관한 기본법’에 따라 데이터 가치평가기관으로 기보와 신보, 나이스디앤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등 네 곳을 지정했다.
데이터 가치평가기관은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의 가치를 가액·등급·점수 등으로 평가한다. 기업 데이터의 경제적 가치를 전문적으로 평가해 투자 연계를 위한 금융보증이나 직접투자를 할 수 있다. 특히 기보·신보는 기업 보유 데이터 기반의 금융보증 상품을 조만간 출시할 계획이다. 기보·신보 관계자는 “과기부와 평가 대상·범위·수수료 등에 대한 협의를 마치면 본격적으로 데이터 가치평가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무형자산인 기업 기술 가치 기반의 상품도 있는 만큼 이르면 올 상반기 중 관련 보증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의 경제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 금융보증 상품이 나오면 우수한 데이터는 있지만 제대로 가치를 평가 받지 못해 투자 사각지대에 있었던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 새로운 자금 조달 창구가 열리게 된다. 아울러 ‘데이터가 돈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돼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데이터 기반 사업이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 따르면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공인된 기관에서 평가받고 싶어하는 수요가 크다.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이 지난해 데이터 판매·가공 사업체 약 3000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7.2%가 데이터 가치평가를 희망했다. 데이터 가치평가의 활용 목적으로 △자금 조달 △기업 및 보유 데이터의 홍보 △데이터 거래·이전 계약 체결 등을 꼽았다. 데이터의 가치를 인정 받아 자금 조달에 활용하려는 수요가 그만큼 컸던 것이다.
데이터 기반 금융에 대한 지원 수요는 소기업이 67.3%로 가장 높았고 중기업(12.2%), 중견·대기업(각각 6.1%) 순으로 나타났다. 데이터 관련 사업을 하는 초기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이 더 필요로 하는 것이다. 신용보증기금의 한 관계자는 “국내 데이터 산업은 최근 3년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데다 데이터 가치평가 수요 또한 높다는 점을 확인하고 사업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기술보증기금의 한 관계자도 “플랫폼 기업 등 전통적인 데이터 활용 기업은 물론 스마트팩토리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제조업, 플랫폼이 보유한 로드맵 등 데이터를 가지고 다양한 사업을 시작하려는 스타트업 등이 금융보증 상품을 원한다”고 전했다.
기·신보는 데이터 가치 기반 금융보증 지원 상품으로 △데이터 가치평가 보증 △데이터 등급 평가 연계 보증 등을 구상하고 있다. 가치평가 보증의 경우 데이터의 미래 경제적 가치를 현재 금액으로 산출해 가치평가 금액 한도 내에서 보증 지원하는 상품이다. 등급 평가 연계 보증은 데이터의 가치를 등급으로 산출, 평가 등급이 우수한 기업에 대해 보증 취급 시 보증 한도 등을 우대하는 보증 상품이다. 특히 데이터를 평가할 때 데이터가 중심이고 기술이 따라오는 데이터 우위 기술이냐, 기술이 중심이고 데이터가 따라오는 기술 우위 데이터냐에 따라 수익적 가치평가를 차별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