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여파로 소상공인의 고통이 커지는 가운데 국회에서도 각양각색의 법안을 쏟아내며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지역신용보증재단(지역신보)에 대한 은행의 법정 출연 기준을 높이고, 장수 소공인을 지정하는 등 소상공인 달래기에 나섰지만 국회 문턱을 넘기까지는 진통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른 시일 내에 정책 효과를 체감하려면 대출금리 완화 등의 조치부터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경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대위변제금의 일정 비율을 은행이 추가로 지역신보에 출연하도록 의무화하는 '지역신용보증재단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최근 은행의 출연금과 지역 신보의 대위변제금 간의 차액, 보증부대출 시행으로 은행이 취한 이자수익 등을 고려해 발의된 법안이다.
김경만 의원실에 따르면 현행법은 은행이 지역신보에 출연하는 법정 출연금 비율을 보증부대출금액의 0.1% 이내로 정하고 있지만 실제 출연 비율은 0.04%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지난 10년 간 지역신보가 은행에 대위변제한 보증채무금액은 약 5조9350억원에 달한 반면, 은행이 지역신보에 출연한 법정출연금과 임의출연금 합계액은 약 3조1,688억원으로 집계됐다. 소상공인 보증지원 기관인 지역신보가 은행에 약 2조7000억원을 더 지급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은행 출연금이 현실화돼야 한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이에 개정안은 은행의 법정출연금 기준을 추가하기 위해 지역신보가 금융기관에 대위변제한 채무 금액의 일정 비율을 출연금으로 납부하도록 했다. 비율 산정시 대위변제금액과 출연금 간의 차액, 보증부대출로 은행이 수취한 이자수익을 고려해 소상공인을 위한 보증 여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제조업 15년 이상, 이외 업종은 30년 이상 사업을 운영한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법안도 발의됐다. 이동주 민주당 의원은 오랜 기간 사업을 운영했거나 성장 잠재력이 높은 소상공인을 안정적으로 지원·육성하기 위한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장수소상공인 지원 근거를 현행법에 명시하고 현재 운영되고 있는 백년가게와 백년소공인 제도 안정성을 도모하는 게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인력확보와 장기재직 촉진 △사업승계와 후계양성 △지식재산권 취득지원과 보호 △전통기술 보존과 상품화 지원 △사업장 임대료 지원 등이 법안 내용에 포함됐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공공요금 인상으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관계부처에 촉구하고 있다. 전기요금 할인과 도시가스 요금 납부 유예 등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중소벤처기업부 질의를 통해 가스요금이 급격히 오르면서 소상공인들의 난방비 부담이 급증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4번이나 민수용 가스요금을 인상했다. 4월 0.43원, 5월 1.23원, 7월 1.11원, 10월 2.7원이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소상공인 1811명을 대상으로 난방비 부담 여부를 물었더니 ‘매우 부담’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80.4%를 기록했다. 난방비가 크게 오르면서 정부가 취약계층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소상공인은 여전히 지원 사각지대에 있다고 이 의원은 우려했다.
다만 여야의 이 같은 노력에도 소상공인 사이에서는 체감도 높은 정책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를 위해 최소 수개월이 소요되는 입법보다는 이른 시일 내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대안 모색이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16개 중소기업 단체로 구성된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지난 2월 20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중소·소상공인은 높아진 대출이자 부담 등에 따른 경영상의 고통을 받고 있다"며 금융권의 고통 분담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도 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출은 2019년 말 716조 원에서 2022년 말 953조 원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은 2019년 말 685조 원에서 2022년 3분기 말 1014조 원까지 늘었다.
협의회는 "금융권은 사상 최대 이익 달성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며 "지난해 5대 은행이 지급한 성과급 총액은 전년 대비 35%나 증가한 1조3823억원으로 고물가와 고금리로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금융권이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금리를 즉시 인하해야 하며, 금융당국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의견을 수렴해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 격차)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마련하고 금융권이 성실히 이행하도록 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리부담 완화 제도의 실효성 제고와 상생 금융 정책 마련도 촉구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은행의 1조원이 넘는 성과급 지급에 거래 당사자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다른 세상 얘기처럼 느껴져 허탈한 심정"이라며 "은행연합회가 최근 발표한 10조원 규모의 대책 역시 실제 재원은 7800억원 수준으로 지금 가장 절실한 금리인하와는 동떨어진 대책"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