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받고 제압해도 입원시키려고 돌아다니느라 몇 시간을 허비하는 거죠.”
일선 지구대·파출소 경찰들이 자·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자를 제압하기 위해 출동하는 경우 응급 입원에 많은 시간을 소모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신질환자 관련 신고를 처리하는 사이 다른 신고가 들어오면 현장에 나가지 못하는 등 치안 대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3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정신건강복지법 제 50조에 따라 상황이 급박할 경우 정신질환자에 대해 정신의료기관에 응급 입원을 의뢰할 수 있다.
문제는 경찰이 ‘정신질환자 보호’ 신고를 받고 병원에 응급 입원을 의뢰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즉시 입원 가능한 병상이 없어 입원을 거절당하는 탓이다.
실제로 경찰청에 따르면 해마다 의료기관의 응급입원 반려건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 214건이었던 반려건수는 지난해 1002건으로 3년 만에 약 3.6배 폭증했다. 비율로 따졌을 때도 증가세는 뚜렷했다. 2019년 전체 의뢰건수의 2.8%를 차지하던 반려건수는 지난해 9.9%를 넘겼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병원 내부 사정으로 정신질환자를 더 받을 여력이 안되거나, 병상이 없어서 입원시키지 못하는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경찰은 입원이 가능한 병원을 찾기 위해 이른바 ‘뺑뺑이’를 돌 수밖에 없다. 서울 광진구에서 근무하는 경찰관 김 모 씨는 “서울 시내에서 입원 가능한 병상을 찾을 수 없어 경기도까지 넘어간 적도 있다”며 “지방에서 근무하는 경찰의 경우 병상을 찾는 게 더 열악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24시간 응급 정신질환자를 받을 수 있는 권역정신응급센터 설립을 추진했다. 지난해 말까지 8개 수행기관이 선정됐고, 오는 2025년까지 총 14개소 선정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현장에서는 달라진 게 없다는 반응이 터져나온다.
서울 강남구에서 일하는 경찰 관계자는 “여전히 (정신질환자의) 숨겨진 신체질환이 있을지 몰라 의료기관이 응급입원을 소극적으로 받아주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응급입원 지연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경찰의 몫이 됐다. 서울 송파구에서 일하는 김 경감은 “경찰의 업무는 치안 유지에 힘쓰거나 범죄자를 잡는 것이 아니겠느냐”면서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사기가 저하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응급 입원이 불가능하면 경찰은 정신질환자를 제압한 이후에도 그냥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며 “그 과정에서 일이 생기면 다 경찰 책임인데, 경찰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느냐”고 호소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도 서울경찰청과 협업해 지난해 10월부터 정신응급대응센터(대응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일선 지구대·파출소에서 응급한 정신질환자를 의뢰하면 정신응급합동대응팀이 야간과 주말, 공휴일에 출동해 정신질환자의 응급입원 동의 및 이송을 맡는다. 이에 대해 서울 광진구에서 일하는 경찰관 조 모 씨는 “진작 도입했어야 하는 제도”라며 “대응센터가 이송을 맡고 남아있는 병상을 문의하면서 훨씬 일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반면 아직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왔다. 경찰관 김 모 씨는 “대응센터 측과 연락도 잘 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남아있는 병상을 문의했을 때 ‘없다’고 하면 답이 없다”고 말했다.
대응센터 측은 이에 대해 “경찰이 응급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기 전에 현장에 전문가를 먼저 투입해 정신 질환 상태 등을 판단하고, 필요한 경우 응급 입원을 연계하고 있다”면서 “현재는 시범 운영 기간”이라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에서도 경찰청과 함께 24시간 응급입원이 가능한 정신응급의료센터, 정신과 의사, 병상이 전국 곳곳에 확보되도록 예산 증액 등 백방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