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는 올해 외래 관광객 10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업계에서 770만 명 정도 가능하다고 예상하는 데 비하면 상당히 도전적인 목표입니다. 올해 관광공사의 총력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김장실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2월 22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 내 한 카페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이렇게 말했다. 이와 함께 전주에 김 사장이 직접 참가했던 일본 도쿄에서의 ‘K-관광 로드쇼’가 성황을 이뤘던 것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 한국 문화(K컬처)의 매력을 관광과 융합시키기 위해서는 K팝과 드라마·영화 등의 지식재산권(IP)을 적극적으로 관광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는 “제가 직접 뛰면서 관련 업계에 양해를 구하고 중재·설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올해는 엔데믹 원년이고 세계적으로 억눌렸던 관광 수요가 폭발할 시기”라며 “누가 전 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외래 관광객 1000만 명에 이어 앞서 정부가 제시했던 2027년 3000만 명도 달성할 경우 우리 관광 시장은 질적 도약을 이룰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인터뷰가 진행된 봉은사는 김 사장이 목표로 하는 한국 관광의 도약을 위한 상징적인 곳이기도 하다. 1700년 역사의 무궁무진한 이야기(스토리)를 품고 있는 한국 사찰은 향후 관광의 주요 매력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장을 지낸 김 사장은 불교계와도 친분이 적지 않다.
그는 “관광 스토리텔링의 발굴을 위해서 올해부터 시범 사업으로 전통 사찰, 역사 인물, 고궁 등 전통 건축, 대중문화 등 4대 핵심 테마를 선정하고 우선 상반기에는 ‘이야기가 있는 K-사찰 힐링여행’ ‘이순신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둘레길 투어’ 등 두 가지 테마에서 성공 사례를 만들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물론 중요한 것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K팝·드라마·영화 등 한류의 적극적인 이용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류 붐의 재연을 위해서는 해외 프로모션과 국내 상품 활성화가 동시에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한류 이야기에서 최근 그의 일본 방문이 관심을 받았다. 2월 14~17일 방한 관광객 유치를 위해 일본에서 진행된 ‘K-관광 로드쇼’ 참가한 것에 대한 소감이 나왔다. 김 사장은 “2003년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에 첫 방송되면서 부각된 한류가 올해 20주년을 맞았다”면서 “팬데믹 이후 다시 찾는 한류 관광지라는 주제로 일본에서 한국 관광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년 동안 일본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도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초기 한류 붐이 중장년층 여성들 위주였다면 최근에는 20~30대 여성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특히 요즘은 지난 팬데믹 기간에 영상으로만 보던 한류를 직접 체험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번 2월에 이어 4월에도 일본에서 프로모션 행사가 있을 예정인데 5월 초 황금연휴를 앞두고 방한 유치 캠페인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한류 관광이 부각되면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한류 IP의 관광 목적 사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과거 ‘겨울연가’ 등 한류 프로모션을 통해 여행 업계와 한국 관광은 상당한 혜택을 봤다. 하지만 이제는 IP 규정 강화와 함께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관광 업계 사이에 마찰도 생기는 상황이다.
김 사장은 “K컬처와 관광의 융합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 IP 사용을 확대하는 데 직접 나서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즉 연예인들 개인이나 사진 등 직접적인 사용은 어렵지만 그들의 촬영지나 먹거리 등 스토리에 대해서는 활용도를 높일 수 있게 적극적으로 준비하겠다는 취지다.
관광공사가 최근 공개한 국내 ‘한류 관광 대표 코스 51선’에는 ‘아미가 되어 떠나는 BTS 로드’ ‘스타가 사랑하는 먹방 투어’ 등이 포함돼 있기도 하다. 그는 “비틀스 투어가 영국 관광에서 중요한 몫을 차지하는 것처럼 BTS 투어도 한국 관광에서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방식의 K컬처와 관광의 융합을 통해 올해 외래 관광객 유치 목표를 팬데믹 직전인 2019년의 60% 수준인 1000만 명으로 세웠다는 것이다. 이는 전반적인 관광 업계의 전망보다 높은 것이다. 또 초반이지만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관광공사 집계에 따르면 올해 1월 한 달 동안 외래 관광객은 43만 명에 그쳤다. 물론 이는 작년 동기 대비 431% 증가한 수치기는 하다. 2022년 한 해 외래 관광객은 320만 명이었다.
김 사장은 목표 달성을 위해 해외 지역별로 구분되는 전략을 사용하겠다고 공개했다. 앞서 밝혔듯이 일본은 겨울연가 20주년을 계기로 한류 마케팅을 재가동하고, 동남아시아에서도 한류 콘텐츠의 인기를 한국 관광으로 연결시키겠다는 것이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중동 시장에서는 고급 방한 상품을 제시하고 유럽과 미주의 경우 한국 관광에 대한 질적 평가를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과거 최대 시장이었던 중국 역시 방역 규제가 풀리는 것과 함께 프로모션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김 사장은 “관광 선진국은 대체로 역내 관광에서 승부가 결정된다”면서 “일단 일본·대만·홍콩에 이어 동남아, 중동 국가에 주력하고, 유럽과 미국을 포함하고 또 중국을 더해 올해는 어떻게든 1000만 명 외래 관광객을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의 2027년 목표인 외래 관광객 3000만 명에 대해서는 “일단 3000만 명을 넘어서면 한국의 문화 매력이 상승하고 또 더 오래 머물고 소비하는 고부가가치 관광으로 확대되면서 4000만, 5000만 이상으로도 증가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를 위해 우리 관광 시장의 변화 필요성도 빼놓지 않았다. 국민 각자가 질서를 지키고 관광지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청결도를 높이면서 외국인을 환대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 국가이지만 일본의 관광 자세를 배울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여기에 추상적인 관광지 소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으로 방문지의 의미와 방문 필요성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불교로 따지면 중국인 관광객은 지장보살 신앙에 관심이 있고 한국 및 다른 나라는 관세음보살 신앙이 강한데 각자에게 맞는 코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도상으로는 법무부에서 최근 도입한 무비자 국가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전자여행허가제(K-ETA)가 특히 동남아인들의 한국 관광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관광 업계의 디지털 전환에 대해서도 총력을 기울인다는 각오다. 김 사장은 “비대면 및 플랫폼 기반 서비스 확산 등 관광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관광공사는 ‘한국관광산업포털’로 관광산업의 모든 정보·협업·데이터를 연결해 관광 생태계를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지난 2021년 5위였던 세계경제포럼(WEF) 관광발전지수 관광ICT 부문 톱3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미 시작된 ‘2023~2024 한국 방문의 해’ 캠페인에서도 한국관광공사와 김 사장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그는 “올해 전 세계 50개 도시에서 ‘K-관광 로드쇼’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외국인들이 해외여행을 계획한다면 제일 먼저 한국이 떠오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리=최수문 기자 chsm@sedaily.com 사진=권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