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는 법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변호사만이 소송을 내고 가처분을 낼 수 있죠. 지금까지는 이 무기를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는 데 소홀했던 게 사실입니다. 이제는 사회에 책임감을 가지고 약자와 소수자를 도우며 권력에 대항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사단법인 착한법만드는사람들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는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변호사들이 영리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공익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해상법의 대가로 통하는 김 상임대표는 농림축산식품부 자문변호사, 해양수산부 고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장 등을 지냈다. 특히 탈북 국군 포로 강제 노역과 관련해 북한 정권과 김정은 총비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첫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받은 국민훈장 동백장은 그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는 모토가 하나 있다. 변호사는 사람을 돕는 직업이라는 것이다. 세상과 국민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상임대표는 “나는 뼛속까지 변호사이며 다시 태어나도 변호사가 될 것”이라며 “이것이 내 진심”이라고 강조했다.
착한법만드는사람들을 조직한 것도 사람을 돕기 위해서다. 그에게 ‘착한 법’이란 국민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법과 제도를 의미한다. 말 만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불합리한 사회를 개선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직접 행동에 나서야 가능하다. 이러한 목적에 변호사 228명 등 총 245명이 동참했다. 김 상임대표는 “사회에 대한 책임이 있지만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정치와 이념에 흔들리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국민이 가려워하는 곳을 긁는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역설했다.
로스쿨 교육에 대한 아쉬움도 같은 맥락이다. 김 상임대표가 보기에 로스쿨은 법률 교육에만 집중하고 있다. 재판에서 이기는 것만 지고의 진리가 된 탓에 변호사의 관심은 온통 ‘돈 되는 일’로 향한다. 그는 “지금 우리의 로스쿨은 법률 기술자만 양성하는 기관으로 전락한 상태”라며 “인성 교육, 정의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제대로 된 판사·검사·변호사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이 잘못됐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소크라테스처럼 ‘악법도 법’이라며 지켜야 할까, 아니면 저항해야 할까. 김 상임대표의 판단은 ‘저항’이다. 소크라테스 사형이나 프랑스 드레퓌스 사건과 같은 잘못된 법 또는 판결에 대항해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예전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이 국민의 집회 결사의 자유를 제한했을 때 판사들은 아무 죄의식 없이 법을 적용했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도 보호하고 변호하며 관대하게 처벌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치고 싶은 법들도 많다. 특히 권력 구조에 관심이 많다.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하고 대통령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제도를 내각제로 바꾸자는 의견도 낸다. 공기업 또는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 금지, 방탄 국회를 조장하는 국회의원 면책특권 수정, 국민소환제 도입 등도 필요하다는 게 김 상임대표의 논지다.
현실과 법이 충돌할 때도 마찬가지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무조건 판결이나 표결로 할 것이 아니라 때로는 또 다른 방법으로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강제징용을 바라보는 시각도 비슷하다. 그는 “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옳지만 정치적 해법이 필요한 측면도 없지 않다”며 “국익을 고려하면서 판결의 취지도 살릴 수 있는 슬기로운 해법이 나왔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김 상임대표의 부친은 1970~1980년대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벌였던 김규동 시인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자신이 가지는 가장 큰 질문이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는가’라고 했다. 원래 국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하지만 지금은 거꾸로 시민들의 권리를 가장 침해하는 곳이 됐다는 게 김 상임대표의 현실 인식이다. “국민이 아닌 권력자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고 권력을 지키기 위해 국민을 탄압하는 게 지금의 국가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변호사·작가·교수 등 의식 있는 시민들이 나서야 합니다. 저도 아버지와 같은 길을 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