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전문 카드사요? 그냥 인터넷전문은행과 라임(Rhyme)을 맞춘 것 아닐까요. 잘 모르겠네요.”
금융위원회가 7일 개최한 후 공개한 ‘핀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입 촉진을 위한 간담회’ 내용 중 업계에서 ‘인터넷 전문 카드사 신설’을 건의했다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그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개념이었기 때문이다. 추가 취재를 위해 금융위에 인터넷 전문 카드사가 정확히 어떤 형태인지 물었다.
하지만 금융 당국 실무진에서 돌아온 답변은 위와 같았다. 그는 “핀테크사가 제출한 건의 사항을 그대로 보도 자료에 넣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제기된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은 차치하고라도 그 개념조차 파악하지 못한 셈이다.
문제는 이처럼 기존 금융 산업구조에 균열을 일으킬 만한 각종 아이디어가 최소한의 필터링도 없이 최근 금융 당국의 발표를 통해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8일까지 실무 회의가 두 차례 진행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는 지방은행의 시중은행화, 저축은행의 지방은행화, 비금융사의 지급 결제 업무 허용 등까지 등장했다.
금융 당국은 “업계에서 나온 수많은 아이디어 중 하나에 불과하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 뒀다”고 선을 그었지만 학·연구계에서는 이미 ‘먹을 것 없는 잔칫상’이라며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비은행 금융회사들이 은행 업무를 수행하면서 은행만큼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을지, 가능하다 해도 신규 플레이어가 은행을 위협할 만한 혁신성과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여러 아이디어가 나오지만 나열식에 그치고 실효성은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 당국은 6월까지 금융권 구조 개선을 위한 결과를 내기로 했다. 동시에 상반기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경기 침체발 리스크도 대비해야 해 금융 당국의 갈 길이 바쁘다. 요란한 개념만 늘어놓기보다는 실속과 합리를 갖춘 잔칫상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