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2월 고용보고서 발표를 하루 앞두고 SVB 파이낸셜 쇼크가 더해지면서 급락했습니다. 나스닥이 2.05% 떨어진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85% 1.66% 내렸는데요. 이날 오전 일찍 연 4.01%까지 올랐던 10년 물 국채금리는 3.94%대까지 낮아졌죠. 정책금리를 잘 반영하는 2년 만기 국채금리가 장중 4.86%까지 급락하면서 달러인덱스도 한때 105.1까지 내려왔는데요.
고용보고서의 전초전인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예상보다 높게 나왔습니다. 이 때문에 오전 증시가 반짝 상승하기도 했지만 결국 본게임은 10일의 비농업 일자리인데요.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년 간 재정적자를 3조 달러 줄이고 억만장자세 도입을 뼈대로 하는 6조9000억 달러 규모의 2024회계연도(2023. 10~2024. 9) 예산안을 공개했습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에는 재니스 에벌리 노스웨스턴대 교수가 유력하다는데요. 오늘은 SVB 파이낸셜 내용과 함께 실업수당 청구와 내일 나올 고용, 금리 및 증시 전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신규 실업수당, 1월 초 이후 처음으로 20만 넘어”…“추세전환 불확실 vs 3월부터 빠르게 늘 것”
우선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부터 보죠. 이날 나온 미국의 지난 주(2.26~3. 4)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21만1000건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블룸버그통신 집계치 19만5000건을 1만6000건 웃돕니다. 다우존스 전망치도 19만5000개였죠. 전주 19만 건보다도 2만 건 이상 많은데요.
신규 실업수당 청구가 20만 건을 넘어선 것은 1월 첫째 주(20만6000건) 이후 처음입니다. 21만1000건 자체는 지난해 12월24일로 끝나는 주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인데요. 특히 뉴욕(1만6363건)과 캘리포니아(1만489건)에서 청구가 급증했는데 이들 지역은 정보기술(IT)과 금융 등이 몰려있는 곳이죠.
변동성이 줄어드는 4주 이동평균은 19만7000건으로 1주 새 4000건 늘었습니다.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계속 청구건수도 171만8000건이었는데요. 월가 전망치는 166만 건이었죠. 계속 청구건수는 2021년 11월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노동시장이 약간 둔화하는 모습이 드러나는데요. 하지만 신규 실업수당 청구는 역사적으로 낮은 편입니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 평균이 21만8000건인데요. 이를 고려하면 예상을 뛰어넘은 실업수당 청구에도 고용시장은 여전히 타이트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티븐 스탠리 산탄데르 US 캐피털 마켓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뉴욕시 학교 버스 운전사와 청소부들은 협상에 따라 방학 때 실업수당을 청구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이번 주 수치 증가는 학교 휴일 때문에 부풀려졌다”고 보기도 했는데요.
중요한 건 앞으로입니다. 8주 만에 다시 20만 대로 올라선 만큼 증가세가 이어질 거냐 아니냐는 거죠. 취업 사이트 몬스터닷컴의 지아코모 산탄젤로 이코노미스트는 “확실히 매우 타이트한 노동시장”이라며 “많은 회사들이 노동자를 찾는 데 애를 먹었기 때문에 해고보다는 근무시간을 줄이려고 할 것 같다”고 봤습니다.
루빌라 파르키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통화긴축 효과가 커지면서 노동수요는 둔화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지금은 여전히 해고가 적고 노동시장이 탄탄해 이번 실업 수당청구건수가 증가한 것이 추세적 상승을 의미하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분석했는데요.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예상은 다릅니다. 애나 웡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행법은 근로자 100명 이상의 회사가 한 작업장에서 최소 50명 이상을 해고하려고 할 때는 60일 전에 이를 알리도록 하고 있다. 뉴욕 같은 곳은 90일”이라며 “1월에 해고 발표가 많았는데 이것이 실제로 적용되는 것이 3월 정도이므로 우리는 실업수당 청구가 3월부터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뉴욕을 놓고 보면 골드만삭스가 1월 초 589명에게 해고 통보를 했는데 이것의 실질적 효력은 4월13일에 발생한다는 거죠. 아마존의 1월18일 299명 해고 역시 4월18일까지는 효력이 없다는 겁니다.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이 같은 통보 수치가 신규 실업수당 청구를 예측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는데요.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달부터 해고 통보가 많이 늘어 6월께는 노동시장이 상당히 둔화하고 있다는 근거가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는 3월21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는 반영되지 못해도 6월 FOMC(6.13~6.14)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건데요. 이 경우 6월에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게 애나 웡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주장입니다.
이대로라면 3월과 5월, 두 번만 금리를 올리면 되는데 결국 5.25~5.50%, 3월에 0.25%p만 한다면 5.00~5.25%에서 막을 수 있다는 의미인데요. 정말 그럴지는 데이터를 봐야겠죠. 특히, 노동시장이 둔화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낮아지지 않으면 금리인상은 지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업수당 청구 증가 2월 고용과는 무관 월가서는 22.5만 개 전망”…“아이폰, 반도체 다 미국서 만들면 가격 최대 100달러↑”
하나 궁금한 것은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갑자기 늘었으니 2월 고용보고서에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입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관계 없다”인데요.
고용보고서는 조사기간은 매달 12일이 포함된 주의 일요일부터 토요일까지입니다. 그러니 이번 실업수당 청구증가가 2월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없는데요.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분석처럼 몇 달 뒤의 상황을 헤아릴 수 있는 수단은 될지 몰라도 당장 3월 금리인상폭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2월 고용과는 관계가 없는 것이죠.
그럼 2월 고용은 얼마나 될까요. 블룸버그통신 집계치 중앙값은 22만5000개, 다우존스도 22만5000개입니다. 로이터통신 설문조사는 20만5000개라고 하는데요. 실업률 예상치는 전달과 같은 3.4%로 역대 최저치 수준입니다. 미 경제 방송 CNBC에서 거시경제를 담당하는 스티브 리스만은 “2월 고용 전망치가 22만5000개인데 이 정도가 나오면 3월 FOMC에서 0.5%p를 해야만 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요.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2시7분 현재 3월에 기준금리를 0.5%p 올릴 확률이 72%인데요. 어제(78.6%)보다는 6.6%p 떨어졌지만 여전히 0.25%p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최종금리(terminal rate·터미널 레이트) 전망치도 여전히 5.50~5.75%인데요.
반면 3월 0.5%p 반대 목소리가 이날도 나왔습니다. 월가의 강세론자인 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연준은 3월 회의에서 0.5%p를 인상해서는 안 된다”며 “나는 이것이 분명히 잘못된 결정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는데요. 그는 앞서 인플레이션 문제가 해결됐다며 금리를 더 올리면 안 된다고 했었던 인물입니다.
문제는 견고한 고용과 함께 인플레이션도 계속 끈적끈적하다는 점이죠. 14일 나올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헤드라인과 근원이 전월 대비 0.4%로 예측됩니다. 클리블랜드 연은의 인플레이션 나우캐스트는 각각 0.54%, 0.45%로 보고 있는데요.
맨해튼의 신규 아파트 임대료가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감정평가업체 밀러 새뮤얼과 부동산업체 더글라스 엘리만 리얼 에스테이트는 맨해튼의 2월 신규 임대 계약 중앙값이 4095달러로 1월에 비해 고작 2달러 하락했다고 밝혔는데요. 지난해 7월 4150달러로 정점을 찍었지만 빠르게 내려오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맨해튼만의 특성이 있긴 하지만 좋은 소식은 아니죠.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주겠지만 미국에서 더 많은 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반도체 지원법이 아이폰 가격을 최대 100달러까지 올릴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는데요. 테크인사이트에 따르면 아이폰14 플러스의 제조비용은 약 527달러로 추정되는데 이중 54%가량을 반도체가 차지한다고 합니다. TSMC가 만드는 코어 A15 프로세서 값이 약 81달러라고 하는데요. 반도체 외에는 카메라(98달러), 디스플레이(64달러)라고 하죠. CNBC는 “반도체를 미국에서 만들 경우 인력과 장비조달 비용이 더 많이 들어 칩 제조비용이 최대 40%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한다”며 “아이폰을 예로 들면 100달러 이상에 해당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애플이 비용증가분을 전부 소비자에게 전가하지는 않겠지만 가격상승 요인임은 분명하죠. 가깝게는 공장 건설비용조차 대만보다 미국이 4~5배 많다고 합니다. 리쇼어링 문제, 미국의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Made in USA)’의 비용이 하나둘씩 물가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얘기인데요. 블룸버그는 “인텔이 오하이오에 짓고있는 10개의 팹은 3000명의 노동자를 고용할 것”이라며 “52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법안이 노동부족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SVB, 금리상승에 보유 채권 매각으로 18억 달러 손실”…“건들락, 2년 국채 더 오를 여지 있어”
이제 시장 상황 보겠습니다. 이날 은행 주식들이 크게 고전했는데요.
시작은 SVB 파이낸셜 그룹이었습니다. 실리콘밸리은행(Sillicon Valley Bank·SVB)이 보유 중인 채권을 매각하면서 18억 달러의 손실을 입게 돼 22억5000만 달러의 자본을 추가로 조달한다는 소식에 SVB 파이낸셜 그룹이 무려 60.41%나 폭락했는데요. 거래정지도 수차례 나왔습니다.
SVB의 비극은 금리에서 출발합니다. SVB 은행은 스타트업들로부터 주로 예금을 받아 다른 기술과 바이오, 헬스케어 업체에 자금을 지원하는 데 경기가 둔화하고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최근 예금이 크게 줄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VB의 예금이 코로나19 이후 1980억 달러로 정점을 찍고 이후 하락했다고 했는데요. 대니얼 벡 SVB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금리가 빠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예금에 관한 환경이 우리가 예상했던 것과 크게 달랐다”고 설명했죠.
예금 감소와 유동성 부족은 결국 SVB가 보유 중인 채권을 매각하게 만들었는데요. 쉽게 말해 예금 고객들이 은행에 돈을 달라고 했을 때 이를 내줘야 하는데 기존에 받은 예금은 기업에 나가 있거나 국채에 투자돼 있고 새로 들어오는 돈(예금)은 적으니 하는 수 없이 현금화가 쉬운 채권을 팔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SVB는 부채의 89%가 예금이라는데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같은 대형 은행은 은행채 같은 데서 장기로 자금을 마련하기 때문에 예금 의존도가 69%입니다.
SVB는 매도가 가능한 증권 210억 달러어치를 팔아 치웠습니다. 채권은 금리가 오르면 가격이 하락합니다. 만기 때까지 들고 있으면 중간에 가격이 오르내려도 평가이익과 평가손실로 처리하지만 매각을 해버리면 이익이나 손실이 확정됩니다.
작년 말 기준으로 SVB가 매도가능한 증권은 대부분 미 국채였다는데요. 국채금리가 올랐으니 손실이 컸던 겁니다. 스미드 캐피털 그룹의 빌 스미드는 “(금리인상 중에) 금융시스템에 균열이 간 첫 신호”라고 평가했는데요. SVB의 경영악화는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의 추가 자금지원 가능성이 줄어드는 결과도 낳습니다.
투자자들은 한발 더 나갔는데요. “다른 은행은 괜찮을까?” 이런 생각을 한 거죠. JP모건체이스(-5.41%)와 BofA(-6.2%), 웰스 파고(-6.18%), 씨티(-4.1%) 같은 대형 은행주도 덩달아 약세를 면치 못했는데요.
다만, 대형 은행이 SVB 수준으로 자금운용을 하는 건 아닙니다. BofA는 채권 평가손이 1090억 달러지만 만기까지 채권을 보유할 수 있는 여유가 있죠. 리스크 관리도 잘 돼 있구요. SVB의 경우 자금운용에 실패가 있었다고 보는 게 지금으로서는 맞을 텐데요. 지역 중소은행이면 모를까 대형 은행에 SVB와 똑같은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제한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금융시장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전개과정을 지켜봐야겠습니다. 추가로 암호화폐 거래은행인 실버게이트 캐피털이 은행 영업을 중단하고 청산한다는 소식에 42.16% 폭락했습니다.
어쨌든 문제는 SVB 사태에 영향을 준 인플레이션과 고금리가 오래갈 수 있다는 점이겠죠. 신채권왕이라고 불리는 제프 건들락 더블라인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2년 만기 국채금리가 더 오를 여지가 있다”며 연준이 3월 0.5%p 금리인상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했는데요.
국채금리 상승은 그것만으로도 증시에 부담을 줍니다. UBS는 “연준이 더 매파적으로 기울 수 있다. 우리는 채권을 선호한다”며 “주식은 에너지를 포함해 인플레이션이 지속해도 버틸 수 있는 가치주와 함께 미국 외에 중국이나 유럽 쪽으로 지역을 다변화할 것을 권한다”고 설명했는데요.
여기에 올 들어 증시를 떠받쳐왔던 개인 투자자들의 열기가 식고 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반다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며칠 동안 개인들의 주식 순매수 규모가 하루 10억 달러 아래로 떨어졌다는데요. 지난 2월에는 20억 달러에 육박했었죠. 반다리서치는 “(개인투자자들의 매수규모 축소는) 거시경제에 대한 불안감과 테슬라에 대한 관심이 일부 줄어든 결과”라고 봤는데요. 이날 테슬라 주식은 4.99% 하락마감했습니다.
은행주 하락이 있었지만 모두가 10일 고용보고서를 주목하고 있는데요. 금리와 인플레이션 부분에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알렉스 손더스 씨티 애널리스트는 “강력한 일자리 증가는 시장에 나쁜 소식이며 이는 주식추가 매도와 연준의 0.5%p 금리인상을 불러올 것”이라고 했는데요.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오늘은 시장 전망도 조용했는데요. 내일 2월 고용보고서에 관한 깊이있는 분석과 전망은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온라인 기사와 유튜브 채널 서경 마켓 시그널의 생방송(오전7시55분)에서 찾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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