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글로벌 명품 시장의 ‘런웨이’ 무대가 됐다. 자신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 20~30대가 큰 손으로 자리 잡으면서 명품 성장세가 가파른 데다 K콘텐츠 열풍에 힘입어 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시장으로 평가받으면서다. 특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도 영향을 미쳤다.
12일 외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은 다음 달 29일 서울에서 ‘2023 프리 폴(Pre-fall)’ 패션쇼를 연다. 장소는 아직 미정이다. 루이비통이 한국에서 패션쇼를 여는 건 2019년 인천천국제공항 격납고를 통째로 빌려 진행한 ‘2020 봄·여름 크루즈쇼’ 이후 약 4년 만이다.
이탈리아 명품 구찌도 5월 16일 서울 경복궁에서 ‘2024 구찌 크루즈’ 패션쇼를 개최한다. 구찌가 한국에서 패션쇼를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의 대표 문화유산인 경복궁에서 열리는 첫 글로벌 브랜드의 행사이기도 하다. 이번 패션쇼를 통해 한국의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고, 외국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명품이 한국으로 향하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성장세다. 세계적인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명품 소비액은 168억 달러(약 22조 원)로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1인당 구매액은 325달러(약 43만 원)로 미국과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명품이 과거 구매력 높은 기성세대의 사치품이었다면, 최근에는 20~30대가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자리 잡으며 성장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K콘텐츠 열풍도 글로벌 명품 유치에 한몫했다. 잠재적 고객인 10~20대를 겨냥해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등 K팝 아이돌을 앰버서더로 내세우고, 자연스레 한국을 전략적 시장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2020년 방탄소년단이 경복궁에서 선보인 무대가 미국 인기 프로그램인 ‘지미 팰런쇼’를 통해 전 세계로 송출된 게 구찌의 이번 행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디올이 지난해 이화여대와 손잡고 패션쇼를 연 것도 기념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당시 디올은 주 고객인 여성을 겨냥해 미래 여성 리더를 지원하는 글로벌 마케팅을 진행한 바 있다. 여성을 주체로 한 마케팅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렸고, 지난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은 전년 대비 23% 증가한 792억 유로의 매출을 기록했다. LVMH에서 디올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가량이다.
명품 기업들이 팬데믹을 계기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길 원하면서 한국이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분석도 있다. 컨설팅기업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명품 소비액은 전년 대비 10% 감소해 5년 만에 뒷걸음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