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새로운 경제질서와 우리의 과제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美, 자국 우선주의 앞세워 中 견제

가치공유국 위주 공급망 재편 활발

중국내 韓 공장 '고립무원' 될 위기

반도체 등 생산기지 이전 발등의불

양준모 교수양준모 교수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는 복잡해지는 경제 질서에 대응하기 위한 용기 있는 발언이다. 일본을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협력 파트너라고 천명함으로써 일본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신냉전 시대에 일본과 함께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고 철통 국가 안보와 풍요로운 경제를 달성해야 한다.

일본은 2019년 7월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을 개별 허가 품목으로 지정하고 이후 한국을 ‘백색 국가’에서 제외했다. 당시 언론은 일제히 이 조치가 2018년 10월 대법원의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이라고 대서특필했다. 문재인 정부의 책임 있는 공직자가 죽창가를 들먹이고 일부에서는 반일 캠페인을 벌였다. 2019년 7월 16일 미국의소리(VOA)가 2018년 북한산 석탄 구매로 조사받은 한국 업체가 2019년 다시 북한산 석탄을 구매해 조사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조치가 1년 전의 배상 판결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와 북한의 은밀한 관계에서 나온 행동으로도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이러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반일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의혹도 있다. 윤석열 정부는 제기된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야 대북 관계를 정상화하고 전략 물자 관리와 공급망 문제를 해결해 새로운 국제 경제 질서에 동참할 수 있다.



신냉전 시대에서 미국은 러시아·중국·북한·이란을 경제 관계에서 특별 제재 국가로 취급하고 있다. 세계 시장을 버리고 이러한 제재 국가들과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다. 문재인 정부가 분명한 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국민적 감정에 호소함으로써 사태는 악화했다. 북한은 2020년 6월 16일 남북 연락 사무소를 파괴하고 핵 도발과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고 있으며 러시아에 공장을 둔 현대차는 2년째 생산을 못하고 있다. 이란은 우리 선박을 나포했으며 중국은 아직도 우리를 간접적으로 제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강조한 ‘세계사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않으면 불행을 반복한다’는 교훈이 어느 때보다도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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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미국은 자국의 공급망이 얼마나 큰 위험에 노출됐는지를 경험했다. 기본적인 의료 제품이나 분유도 자국 내 공급이 어렵다는 것을 온 국민이 알았다. 미국 정부는 정치적 압력으로 주요 제품들에 대한 자국 내 공급망 구축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미국 정치 지형에서 한미 간 경제 협상이 잘 될지는 의문이다.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은 감세뿐 아니라 보조금 정책에서 자국 내 생산 원칙을 담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한 조건도 까다롭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주요 광물은 미국이나 미국과 경제 자유 협정을 체결한 국가에서 만들어져야 하며 배터리 부품도 북미에서 만들어지거나 조립돼야 한다. 중국·러시아·북한·이란에서 만들어진 부품들은 배제된다. 더욱이 전기차 완성품도 북미에서 조립돼야 한다.

전기차뿐만 아니라 첨단 반도체 생산에서도 제재 국가에서의 생산은 배제된다. 반도체 장비를 생산하는 미국·네덜란드·일본이 미국의 중국 제재에 동참한 상황에서 중국은 반도체 생산을 선도하기 어려워졌다. 미국은 미국의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10년 동안 중국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고 경영 개입을 통해 미국 내에서 생산 기지를 구축하도록 조치했다. 미국이 연대 국가의 범위를 유럽 국가들로 확대함으로써 중국은 신산업의 공급망에서 배제될 것으로 판단된다.

신냉전 시대에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간의 공급망을 구축하려면 산적한 과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시작으로 지난 50년간 중국은 유럽 및 일본, 그리고 한국의 공급망을 흡수해 세계 공장으로 성장했다. 반도체와 배터리, 그리고 전기차가 미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구축하더라도 그 외 제품의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어렵다.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반도체와 관련된 주요 전후방 공급망을 국내 또는 보편적 가치 공유국으로 이전하는 일이다. 지금이라도 예고 없이 다가온 새로운 경제 질서에 대응할 수 있는 산업의 대전환을 준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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