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주거래 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금융시장이 출렁이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긴급 상황 파악에 나섰다. 이 원장은 금융회사별 비상자금조달계획 점검을 강화할 것을 지시하고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13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금융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각 감독부서, 뉴욕사무소와 함게 미국 SVB 사태가 국내 금융투자업계에 미칠 영향을 짚었다. 이 원장은 이번 사태는 자금을 거액의 기업예금 위주로 조달해 자산의 50% 이상을 장기 유가증권에 투자하는 SVB의 특수한 영업구조가 긴축 과정과 맞물리면서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미국 정부와 감독당국이 지난 12일 SVB의 모든 예금자를 보호하기로 조치했기에 시스템적 위험 요소로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이 원장은 “유사한 영업구조를 갖는 미국 내 금융회사 등이 영향을 받을 수도 있는 만큼 당분간은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경계감을 갖고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국내 금융회사들이 이번 사태의 충격을 단기적으로 견딜만 한 능력은 갖췄다고 봤다. 국내 은행·비은행 금융회사 모두 자산과 부채 구조가 SVB와 다를 뿐만 아니라 자본·유동성 비율, 수익성 등도 견조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국공채 보유 비중이 높은 일부 금융회사의 경우도 보유 만기가 길지 않고 최근 금리 상승기에 투자한 채권 비중이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금리 상승이 채권 평가에 미치는 영향이 이미 반영돼 있어 추가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이 원장은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회사별 비상자금조달계획 점검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 등 자산·자본 적정성을 점검해 유동성·손실 흡수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금감원은 또 국내 가상자산·핀테크 업계 등의 자금 공급이 이번 사태로 위축되지 않도록 규제 개선 추진 사항을 적극 발굴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