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돌풍을 일으킨 지 6년여가 지난 지금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다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오픈AI사가 개발한 대화형 AI 챗GPT의 베타 버전이 일반에 공개되면서 벌써부터 AI 비서가 곧 현실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쏟아진다. 언론이나 소셜미디어에는 이미 해당 프로그램을 사용해 글을 썼다거나 코딩을 했다는 등의 체험기와 무용담이 넘쳐난다.
정보통신 기술의 기하급수적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AI는 컴퓨터나 인터넷·스마트폰 수준의 파급력을 지닌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의 작동 원리를 정확히 모르면서도 컴퓨터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인터넷프로토콜을 숙지하지 않고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쓰는 것처럼 조만간 AI를 이해하기보다는 그것을 이용하는 데 더 빨리 익숙해질 것이다. 당장 업무 현장에서는 각종 회의 자료나 발표 자료 등을 만들고 ‘꾸미는 데’ 들어가는 노고가 사라질 것이라 기대한다. 기업과 공직의 인재들이 일상적·소모적인 일에 들이는 노력을 줄이고 공동체를 위해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좋을 것 같다.
AI 기술의 발전이 보험 산업 전반에 줄 건전한 자극에 대해서도 기대하게 된다. 무엇보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DX)이 가속화할 것이다. 보험 산업은 위험을 평가하고 보험료를 산출하는 데 다량의, 이종(異種)의 데이터를 알고리즘적 방법으로 활용하는 것에 이미 익숙하다. 그러나 아날로그 정보를 디지털 정보로 변환하거나 기존 사업 프로세스를 정보통신 기술 기반으로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 사업 모형, 조직 문화, 사업 영역, 나아가 기업의 정체성까지 변화시키는 DX 측면에서는 아직 성숙도가 낮다는 지적이 있다.
보험사들이 AI의 활용을 일상화하고 DX를 성취하려면 양질의 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상세하고 정확한 데이터는 자칫 개인의 사생활이나 기업의 재산적 가치를 지닌 비밀 정보를 추단하는 자료로 오용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이나 부정경쟁방지법 등에서는 정보의 활용을 규제하고 필요에 따라 가명 처리나 정보 결합, 개인정보전송요구권 등 개인정보의 안전한 활용을 위한 법적 장치로 보완하고 있다.
입법자가 정해둔 큰 틀 안에서 서로 엇갈리는 이해관계를 유연하게 저울질하는 작업이 필요하고 그러한 원만한 합의야말로 우리 사회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척도가 된다. 효율적인 정보 취합, 분석, 새로운 보험 상품 개척을 통해 우리 사회를 보다 안전하게 만드는 데 AI가 기여하게 될 날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본다. 이와 함께 기성세대의 일원으로서 안전한 데이터 활용을 위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고 제도를 구체화하는 데 일조해야 한다는 숙제도 기쁘게 받아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