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물가 상승률이 30여 년 만에 무려 100%를 넘어섰다.
14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02.5% 상승(전년 대비)해 1991년 이후 처음으로 100%를 돌파했다. 전월 대비로도 6.6%가 올랐다. FT는 “아르헨티나가 1990년대 초반 하이퍼인플레이션 위기로부터 벗어난 후 가장 빠른 물가 상승세”라고 진단했다.
아르헨티나의 살인적 인플레는 중앙은행의 돈 풀기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의 시중 유동성은 현 대통령 취임 후 3년간 4배나 폭증했다. 전쟁으로 각종 수입 물가가 오른 것도 전체 물가를 끌어올린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물가 상승 억제책이 효과적이지 않다며 올해 내내 물가가 고공행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르헨티나는 ‘공정 가격’이라는 명칭의 정책을 통해 1700개의 물품의 가격을 12월까지 동결했다. 하지만 2021년에 비슷한 정책을 썼음에도 물가를 잡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도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44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합의했다. IMF는 아르헨티나에 물가를 잡기 위해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하라며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경고를 하는 상황이다. 아르헨티나는 심각한 가뭄으로 주요 외화 수입원인 곡물 수출에도 차질을 겪어 외환보유액이 2월 42억달러에 불과한 실정이다.
아르헨티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뭄을 이유로 들며 IMF에 구제금융의 조건을 완화해달라고 로비를 벌이고 있다. IMF는 이번 달 아르헨티나에 53억달러를 지원하기로 예정돼 있으며, 현재 이사회 승인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