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직접투자를 하지 누가 (공모)펀드를 하나요.”
최근 펀드 상품을 취재하던 중 만난 한 자산운용 업계 관계자가 기자에게 이같이 되물었다. 수익률이 저조한 데다 보수마저 부담스러운 공모펀드 시장으로 개인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다는 한탄이었다. 일반 종목은 물론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 등 직접투자에만 익숙해진 개인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인 간접투자라는 공모펀드의 장점은 더 이상 매력 요소가 되지 못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ETF를 제외한 공모펀드 순자산은 2021년 211조 원에서 지난해 197조 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같은 기간 ETF 시장이 52조 원에서 지난해 78조 5116억 원 규모로 불어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속적인 자금 유출로 소규모 펀드가 늘어나면서 운용사들이 수익률 관리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그 결과 자금이 더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몇 년간 자산운용 업계의 숙원인 공모펀드 활성화 작업이 여전히 빛을 보지 못하는 셈이다.
공모펀드의 위축은 자본시장 ‘안전판’의 불안 상태로 이어진다. 공모펀드는 장기 투자를 앞세워 시장 수급 안정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탄탄한 공모펀드 상품군은 고령화 시대에 퇴직연금 제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데 필수 요소이기도 하다. 여러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어 개인투자자가 직접 감시·개입하지 않아도 사모펀드와 같은 사고가 날 가능성이 적다는 부분도 장점으로 꼽힌다.
금융 당국도 뒷짐만 진 건 아니다. 지난해 공모펀드 활성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발표하고 50억 원 미만의 소규모 펀드 정리 촉진 등 여러 대책을 내놓았다. 수익률을 높이고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운용사가 공모펀드에 고유 재산을 의무적으로 2억 원 이상 넣는 방안도 제도화했다. 운용사들도 야심 차게 온라인 전용 펀드 직접 판매 채널을 늘렸다.
이 같은 노력도 역부족이었다. 업계는 공모펀드 활성화에 핵심인 세제 지원책이 빠진 탓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금융투자 업계의 관계자는 “공모펀드 장기 투자자들에게도 세금 감면 혜택을 주면 분명 투자 유인이 늘어날 것”이라며 “당국은 단기적으로 세금 확보에 지장을 줄 것으로 판단해 주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모펀드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금융투자협회 역시 당국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침체를 겪는 공모펀드 시장을 하루빨리 되살릴 정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