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의 대러 제재로 러시아의 석유 수출액이 1년 만에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생산 규모는 전쟁 전과 비슷했지만 거래가격이 하락하며 수익에 타격을 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올해 석유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소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15일(현지 시간) 발간한 월간 석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러시아의 석유 수출 매출은 116억 달러(약 15조 원)로 전년 동월(200억 달러)보다 42%, 전월(143억 달러)보다는 18% 쪼그라들었다.
IEA는 지난달 러시아의 석유 생산량은 우크라이나 침공 전 수준에 근접했지만, 수출량은 1월보다도 하루 50만 배럴(bpd) 이상 줄어 750만bpd가 됐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달 EU행 수출량은 1월 130만 배럴에서 반토막 난 58만bpd에 그쳤다. 지난해 2월에는 400만bpd에 달했다.
이번 하락은 EU, 주요 7개국(G7)과 호주 등이 2월부터 러시아산 정제 유류제품에도 가격 상한제를 시행한 데 따른 여파다. 서방은 지난해 12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를 시행한 뒤 지난달 제재 품목군을 확대했다. 추가로 EU는 모든 러시아산 석유제품 수입을 전면 금지한 상태다.
이에 러시아는 대체 시장을 찾기 위해 지난 1년간 북미와 EU로 수출하던 물량을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으로 돌려왔다. 특히 인도와 중국이 지난달 러 원유 수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주요 고객으로 등극했다. 1년 전 러시아 석유 수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던 EU의 점유율은 8%로 떨어졌다.
IEA는 "가격 상한제로 러시아산 석유 제품에 대한 충분한 수요가 있을지, 아니면 제재 여파로 생산이 줄어들지는 두고 볼 일"이라면서도 "(러시아의) 수익은 벌써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G7 제재가 전 세계적으로 원유와 석유 제품 공급을 제한하지 않으면서 러시아의 수익 창출 능력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거뒀다"고 진단했다.
한편 러시아는 올해 석유 생산량이 전년보다 소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러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니콜라이 슐기노프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의회에서 "올해 석유 생산량은 자발적 감산을 포함해 소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가스 생산 역시 계속해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석유와 가스 감산은 유럽 시장에서의 철수와 함께 에너지 흐름의 재조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