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투자손실·예금이탈 '더블펀치'…CS發 '시스템 리스크' 공포

◆대형은행으로 위기 확산

자금세탁 등 구설수에 예금 썰물

작년에만 2000억弗 대규모 유출

美SVB 이어 유럽으로 위기 확산

주가 급등락하며 시장불안 증폭

"파산땐 글로벌 금융시스템 흔들"


크레디트스위스(CS) 최대주주인 사우디국립은행(SNB)의 아마르 알쿠다이리 회장이 15일(현지 시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자금 수요가 있으면 CS에 추가 재정 지원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절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표면적 이유는 규제였지만 알쿠다이리 회장은 “5~6개의 다른 이유를 들 수 있다”며 현재 상황은 추가 투자하기에 부적절함을 암시했다. 이 발언에 CS의 주가는 이날 취리히 증시에서 20% 이상 하락했고 부도 위험(CDS)은 하루 만에 4배 이상 치솟았다.





166년 역사의 CS가 글로벌 금융 불안의 진원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휩싸였다. 가뜩이나 유동성이 쪼그라든 상태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 폐쇄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 여파가 겹치면서다. 월가에서는 CS의 경우 SVB와는 달리 자칫 그 여파가 세계 금융 시스템에까지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CS의 위기는 잇따른 투자 실패와 구설수로 고객 기반을 잃으면서 불거졌다. CS는 수년 전 영국의 핀테크 업체 그린실캐피털에 총 10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대출을 지원했다가 2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 그린실이 코로나19 여파로 2021년 파산하면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식 투자 손실로 파산한 아케고스캐피털에도 투자했다가 50억 달러가량의 손실을 봤다. 여기에 지난 수년간 탈세 혐의로 미 의회와 법무부의 조사를 받고 불가리아에서 범죄 자금을 세탁했다는 혐의를 받으면서 고객들이 발길을 돌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CS의 예금액은 지난해 1분기 4325억 달러에서 지난해 말 2530억 달러로 곤두박질쳤다. 자산 규모도 같은 기간 8020억 달러에서 지난해 말 5830억 달러로 27%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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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CS를 둘러싼 부실 우려가 순식간에 확산된 것도 이 때문이다. 고금리에 따른 금융 불안이 커졌지만 정작 예금 확대 등 유동성 개선 성과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투자 가능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경제 매체 배런스는 “SVB와 CS의 근본적인 문제는 동일하다”며 “고객들의 자신감이 사라지면 기존에 유동성 문제가 있는 은행의 경우 더 많은 뱅크런을 유발하게 된다”고 진단했다. 스위스국립은행의 대출 허용으로 급한 불을 껐지만 각국의 경계심은 이어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럽 내 은행들을 접촉해 CS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확인하고 있으며 미국 재무부도 미 은행들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CS는 주요 20개국(G20) 산하 금융안정위원회가 선정한 2022년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G-SIBs)’ 30곳 중 한 곳이다. 무너질 경우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금융기관이라는 의미다. CS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5830억 달러로 SVB의 2배에 이른다. 스콧 킴볼 룹캐피털애셋매니지먼트 채권 디렉터는 “SVB나 시그니처뱅크의 문제는 일회성 사건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CS의 부실은 신용 시장에 더 큰 문제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회성 사건이라는 분석도 있는데 블룸버그통신은 “리먼브러더스나 SVB와 달리 CS는 중앙은행에 요청할 수 있는 상당한 유동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전체 부채의 절반을 갚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이번 위기를 넘긴다 해도 붕괴 우려가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영업 기반이 쪼그라들어 유동성 개선을 확신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더욱이 SVB나 퍼스트리퍼블릭뱅크처럼 신용등급의 하락 가능성도 불안 요인이다. 모닝스타의 분석가인 요한 숄츠는 “CS의 자금 조달 비용은 굉장히 높아졌기 때문에 자본을 확충하거나 파산해야 한다”며 “대안은 회사를 스위스 국내 부문과 자산운용·자산관리 등 여러 부문으로 분할한 후 매각 혹은 상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CS의 붕괴를 막더라도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한 또 다른 금융 부실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앤드루 케닝햄 캐피털이코노믹스 유럽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사태가 ‘일회성’ 사건이라면 지난해 9월 영국 국채 위기, 지난주 미국의 지역은행 파산에 이어 몇 달 만에 일회성 위기가 세 번째 발생한 셈”이라며 “앞으로 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가정은 어리석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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