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소 은행들의 유동성 위기가 글로벌 대형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에까지 번지면서 금융시장에서 위험 회피 심리가 고조되고 있다. 안전자산에 수요가 몰리면서 미국 국채 가격과 달러화 가치가 함께 치솟는 모습이다. 한편 고조된 금융 불안이 에너지 시장 등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국제유가는 1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70달러 선 아래로 추락했다.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15일(현지 시간) 전일 대비 0.364%포인트 하락(국채 가격 상승)한 연 3.891%로 거래를 마쳤다. 8일(5.073%)부터 1주간 낙폭이 1.182%포인트에 이른다. 이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역시 0.235%포인트 내린 연 3.458%로 하루 만에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의 여파가 여전한 가운데 세계적 투자은행이자 스위스 2대 은행인 CS의 유동성 위기설까지 불거지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급격히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날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04.646을 기록하며 3거래일 연속 상승 랠리를 이어갔다. 미국 국채와 달러는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아질 때 선호되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
한편 금융기관들의 연쇄적 파산 위기로 고조된 금융 불안이 에너지 시장까지 옮겨붙으며 국제유가는 폭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 대비 5.22% 내린 배럴당 67.61달러를 기록하며 2021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70달러 선을 내줬다.
SVB 사태 이후 WTI 가격은 11.83% 폭락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 역시 4.85% 하락한 배럴당 73.69달러로 1년 3개월 만의 최저가를 기록했다. 데니스 키슬러 BOK파이낸셜 부대표는 “헤지펀드 청산이 급격히 이뤄지고 있다”며 “금융 부문의 불안이 에너지 부문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