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CS)의 유동성 위기로 ‘빚투’ 투자자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담보 부족 계좌 수가 급증하며 반대매매 규모가 최근 4거래일 동안 1000억원이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16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14일 기준 한국투자증권과 메리츠증권 등 5대 증권사의 담보 부족 계좌 수는 8800개로 집계됐다. 이달 초(1887개)와 비교할 때 약 4.7배에 달한다. 증권사마다 담보 부족 계좌 수는 이달 초에 비해 적게는 2배, 많게는 5배까지 늘어났다.
이번 조사에서 계좌 수를 공개하지 않은 국내 최대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과 개인투자자들이 많은 키움증권 등을 포함하면 담보 부족 계좌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자기자본이 3조 원 이상인 대형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의 200%인데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자기자본은 11조 원에 달하며 키움증권은 4조 원을 기록했다.
담보 부족에 처한 개인투자자들은 기한 내 필요 자금을 채워넣지 못하면 반대매매에 직면한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외상으로 산 주식(미수 거래)의 결제 대금을 납입하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팔아 채권을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증권사들은 신용거래를 이용하는 계좌의 평가액이 담보유지비율(통상 140%) 밑으로 내려가면 2거래일 뒤 오전에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강제처분한다. SVB 사태로 14일 코스피가 2.56%, 코스닥이 3.91% 각각 급락해 이틀 후인 이날 반대매매 물량이 크게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대매매는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체결되기 때문에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일부터 15일까지 최근 4거래일간 위탁매매 미수금 중 반대매매 금액은 1050억원에 달했다. 일 평균 250억원대로 지난달 말(125억 원)과 비교하면 2배에 이른다. ‘빚투’를 가늠할 지표인 신용 융자 잔액은 14일 코스피·코스닥에서 18조 2634억 원에 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