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확정받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정부가 제안한 ‘제3자 변제안’을 거부한데 이어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자산을 강제 매각하기 위한 추가 절차에 돌입했다.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확정 판결 사건의 대리인단과 지원단은 양금덕 할머니와 돌아가신 피해자의 유족 1명이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에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에 대한 추심금 소송을 제기했다고 16일 밝혔다. 추심금 소송은 법원의 채권압류 추심명령을 거부한 채무자를 상대로 진행하는 강제집행 절차다. 대상은 미쓰비시중공업의 손자회사인 한국 내 법인 엠에이치파워시스템즈코리아다.
대리인단과 지원단은 지난 2021년 9월 해당 자산을 압류했고, 추심명령을 받아 효력이 발생한 상황이다. 이번 소송은 미쓰비시중공업이 보유한 국내 법인에 대한 금전채권으로 기존에 현금화 절차의 대상이 됐던 주식, 특허권 등과는 다르게 경매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1심 판결에서 원고들이 승소하고 가집행 판결까지 나오면 곧바로 채권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대리인단은 내다보고 있다.
대리인단 및 지원단은 “한국 기업의 재원으로 이뤄지는 제3제 변제안을 거부하시는 피해자들의 경우 그 분들의 의사에 따라 일본 전범기업의 국내 자산을 신속하게 현금화해 피해자들이 원하시는 방식의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이번 소송은 그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소송에 참여한 양 할머니 등은 2012년 10월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 2018년 11월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확정받았다. 그러나 미쓰비시중공업 측이 위자료 지급을 거부하자 법원은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상표권·특허권에 대한 강제 매각 결정을 내렸고, 미쓰비시중공업이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재항고하면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남겨두고 있다.
앞서 행안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은 일본 피고 기업을 대신해 승소 확정 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겠다는 제3자 변제안을 내놨지만 양 할머니를 포함해 생존 피해자 전원이 정부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일본제철 등 다른 전범기업의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대부분도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이날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제3자 변제안에 대한 각계의 비판 목소리도 높아졌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 앞에서 부끄럽지 않도록 일본의 진정한 사죄와 배상안을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일합의 파기를 위한 대학생 공동행동, 대학생겨레하나 등 대학생 단체는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징용 피해배상 문제와 관련해 양국 재계가 조성하기로 한 미래청년기금에 대해 “하라는 사죄는 하지 않고 미래를 운운하며 청년에게 돈을 준다고 한다”며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은 청년을 팔아 만든 굴욕 해법”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