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면 더 까매지는 눈동자, 웃을 때면 올라가는 입꼬리.
지난 10일 넷플릭스에 공개되며 대장정의 막을 내린 ‘더 글로리’에서 가해자 ‘박연진’을 향해 피해자 ‘문동은’이 남긴 수식어다. 동은의 삶에 지독한 상흔을 남긴 가해자의 얼굴은 아이러니하게도 말갛고 부끄러움을 몰랐다.
17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배우 임지연은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연기한 ‘연진’이 “자신의 잘못을 앞으로도 뉘우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자기가 (저지른) 악행을 다 돌려받고 있다”며 “내가 왜 억울한지 평생 안고 살아야 할 것 같다. 그래서 그 어떤 가해자들보다 최고의 벌인, ‘연진스러운’ 벌을 받은것 같다”고 덧붙였다.
2011년 영화 ‘재난영화’로 데뷔해 드라마 ‘불어라 미풍아’ 등에서 선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인지도를 쌓은 임지연에게 ‘더 글로리’의 ‘연진’은 생애 첫 악역 도전이었다. 그런 그로부터 ‘연진'의 얼굴을 찾아낸 건 김은숙 작가였다. 김 작가에게 ‘악역이 처음이라고? 그러면 내가 망쳐보겠어’라는 얘기를 장난 삼아 들었다는 임지연은 “연진이는 겉으로 봤을 때 착해 보였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제가 화장기 없는 얼굴로 미팅을 갔더니 ‘악마 같은 무언가’를 보신 건지 캐스팅을 해주신 것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는 “대본이 강렬하게 느껴졌다”며 “연진이가 아닌 다른 역할이었어도 (극에) 참여했을 것”이라며 작품에 대한 첫인상을 전했다.
‘연진’은 절대로 돌아보지 않는 캐릭터다. 태어날 때부터 영광을 쥐고 태어난 것처럼 ‘동은’의 아픔에도, ‘현남’의 불행에도, ‘도영’의 실망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악행을 이어나간다. ‘연진’의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해 임지연은 “입체적으로 고민을 많이 했다”며 “온갖 악행은 다 저지르지만 착해 보일 때는 한없이 착해 보이고 예뻐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연진’의 트레이드마크로 화두가 된 비웃거나 찡그린 표정은 임지연의 습관과 이목구비를 활용한 것이다. “반대로 동은이는 침착하고 잘 드러내지 않잖아요. 연진이는 다 드러나니까 최대한 많은 것들을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임지연은 ‘더 글로리’에서 가장 힘들게 찍은 장면으로 후반부의 교도소 장면을 골랐다. 그는 “마지막 촬영이었는데 배우로서 연진이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며 “당연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연진이가 철저하게 무너지고 좌절하는 모습에 배우로서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많이 울고 공허해졌다”고 말했다.
‘더 글로리'는 ‘학교 폭력’이란 문제를 사회의 화두로 던진 작품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임지연은 “어둡기도 하지만 결코 묻혀서는 안 되는 중요한 사회적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학교 폭력이)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이슈들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찾아보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밝히기도 했다.
‘더 글로리’를 통해 대세에 오른 임지연의 차기작은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이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그는 “하고 싶은 작품에 최선을 다하면 항상 내가 걸어왔던 방향성대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해냈을 때 오는 기쁨과 설렘으로 항상 열정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 제 바람”이라는 소망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