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역대급 하락으로 부동산 세금 부담이 줄어드는 점은 실수요자의 매수심리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보유세 부담으로 매입을 꺼리던 무주택자나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기를 노리는 1주택자 등 실수요층의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일부 매도자들은 낮은 가격에 급하게 처분하기보다는 매물을 회수하거나 관망을 선택할 수 있어 당분간 혼란스러운 부동산 시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정부가 발표한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대해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공시가 하락이 보유세 관련 공제액 및 세율, 세 부담 상한선 인하 등과 맞물리며 부동산 과세 부담이 과거보다 경감될 수밖에 없다”며 “실수요자들의 주택 보유에 대한 심리적 부담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되는데, 특히 1주택자 수요의 수도권 상급지 위주의 갈아타기, 지방의 수도권 원정 매입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보유세 부담을 이유로 매매를 꺼리던 실수요자들이 세제 요인을 의사 결정 요소에서 배제하고 주택 마련을 위해 매매가격·대출금리 등만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매수심리를 방해하던 큰 원인 중 하나가 제거되며 3~4월 거래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5.4로 올해 초보다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기준선인 100보다 낮아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은 상황이다.
다만 매수심리가 소폭 회복되더라도 집값 반등에 영향을 주기에는 제한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함 랩장은 “세금 부담이 줄어든 것과 관련 없이 여전히 경기 둔화 우려 및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미분양 급증 등 주택 시장의 각종 지표가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특히 입주 등 공급과잉 우려가 남아 있는 지역들은 주택 구매 의지가 낮은 상태이기 때문에 보유세 경감만으로 집값이 회복될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여전히 높은 금리로 인한 대출이자 부담과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보유세 완화만으로는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투자 수요가 유입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한편 주택 보유에 따른 세 부담이 완화되면서 집주인들이 매도 계획을 미루거나 취소하며 쌓여가는 매매 매물도 소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윤 팀장은 “올해는 세금 인하 폭이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에 매도가 급하지 않은 다주택자들 가운데 일부는 저렴한 가격에 내놓은 매물을 회수할 것으로 보인다”며 "집값 하락을 주도했던 급매물도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함 랩장 역시 “대기 수요가 꾸준히 있는 지역에서는 당분간 집주인들이 급하게 처분하지 않고 관망하려는 움직임이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한편 올해(1월 1일 대비 3월 22일) 들어 규제 완화 등으로 거래가 늘어나자 매물을 내놓는 움직임이 있었다. 전국 모든 지역에서 아파트 매물이 늘어나는 가운데 특히 서울은 5만 513건에서 5만 9943건으로 9430건(18.7%)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