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2일 당무위원회를 열고 이재명 대표에게 당헌 80조의 ‘기소 시 당직자 직무 정지’에 대한 예외 조항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기소를 ‘정치탄압’으로 결론 짓고 당직 유지를 결정한 것이다. 논란 차단을 위해 기소 당일 즉각 당무위를 열었지만 ‘방탄’ 프레임만 고착화시켰다는 비명계의 비판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 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의 기소에)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었음을 인정한다고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 기소를 부당한 정치탄압이라고 판단한 최고위원회의 유권해석을 인정한 셈이다. 김 대변인은 “검찰의 정치적 탄압임이 너무나 명백하고, 탄압 의도에 대해 당이 단결·단합하는 모습을 신속히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당무위는 지난달 불법정치자금 혐의로 기소된 기동민·이수진 의원에 대해서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민주당 당헌 80조는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담고 있다. 다만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는 당무위 의결을 거쳐 예외로 둘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당무위에 앞서 이 대표도 작심한 듯 자신을 기소한 검찰에 대한 맹비난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미 정해놓고 기소하기로 했던 검찰이 온갖 압수 수색 쇼, 체포 영장 쇼를 벌이면서 시간을 끌고 정치적으로 활용하다 이제 정해진 답대로 기소한 것”이라면서 “전혀 놀랄 일도 아니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고 애써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수사가 부당하다는 점은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이 대표는 “정영학 녹취가 이미 검찰에 압수됐고 녹취 내용에 당시 범죄행위들이 적나라하게 언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사하지 않은 채 묵인하고 방치했던 검찰”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당시 대장동 사건과 관련된 핵심 관련자인 정진상 정책실장이 뇌물을 받고 매수됐다면 그들로서는 최대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인데 그 녹음된 대화에 그런 얘기가 하나도 없을 수 있겠냐”고도 말했다.
이 대표는 “이제 검찰의 시간이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될 것”이라며 “정해진 기소였지만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결국 명명백백하게 진실이 드러날 것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비명계에서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김종민 의원은 B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숙제는 당을 동원해 개인의 사법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의혹이 아니냐”면서 “마치 이 대표나 측근들이 어떤 결정을 내려놓고 그리 몰고 가듯 ‘방탄’ 의혹을 받을 만한 행위를 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미리 방향과 의도를 가지고 결정하면 ‘민주당이 방탄 정당’이라는 것을 우리가 자인하는 꼴이 돼버린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비명계의 반발은 인적 쇄신에 대한 요구로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4선 중진으로 이 대표와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우상호 의원조차 CBS 라디오에 출연해 “당의 면모를 일신하는 쇄신책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당직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례적으로 기소 당일 당무위를 소집한 것을 두고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 대변인은 당무위에서 만장일치로 ‘동의’ 의견이 나왔다고 했지만 결정이 서둘렀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