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술유출 선고까지 하세월…“전문법원 도입 서둘러야”

[구멍난 법망에 핵심기술 샌다]

기술이해 어려움 등에 재판 장기화

1심 나올 때쯤이면 기술가치 하락

관할권 없어 일반 사기사건 취급도

"시간이 생명…신속 판결 이뤄져야"

대법원. 연합뉴스대법원. 연합뉴스




산업기술 유출 범죄가 대·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끊이지 않는 것은 관련 범죄를 전문적으로 다룰 전담 재판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의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재판부가 피해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기 어렵고 결국 피해에 걸맞은 처벌이 내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이 장기화하는 과정에서 피해 기업의 기술 가치가 떨어지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의 몫으로 돌아오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유독 산업기술 유출 범죄 재판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이유로는 사건의 특수성이 꼽힌다.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 기술에 대한 이해부터 기술의 가치, 범죄로 인해 예상되는 피해액 산정까지 관련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정작 산업기술 유출 사건의 상당 수는 일반 형사사건 재판부로 배당돼 일반 사기 범죄와 같이 취급된다. 일부 사건이 지식재산권 전담 재판부와 특허법원에 배당되지만 쏟아지는 사건을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인 데다 합의부가 아닌 단독 재판부가 심리하기 때문에 높은 전문성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평가다. 실제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가 보유한 세계 최초의 ‘반도체 세정 기술 유출’ 사건은 범행 발생 이후 1심 선고까지 무려 5년 넘게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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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산업기술 유출 사건을 다룰 중점 검찰청을 지정해 전문 수사 인력을 활용하고 있지만 법원은 산업기술 유출 사건에 대한 관할권이 없어 그때그때 사건을 배당하는 구조이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검찰에서 중형을 구형해도 재판부가 참고할 만한 기존 판례가 전무해 피해가 심각한 사건이라 하더라도 중형을 선고하기도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실제 국가 핵심 기술 유출과 같은 중대 범죄임에도 처벌 수준이 턱없이 낮다는 피해 기업들의 불만이 나온다. 산업기술보호법은 핵심 기술을 해외로 유출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지만 실제 판결에서는 영업비밀 위반 1년~3년 6개월, 산업기술 유출은 2~6년의 양형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피고인들의 상소로 사건이 대법원까지 이어질 경우 형량은 더욱 낮아질 수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기술 유출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의 손실이 예상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신속한 판결이 이뤄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장항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재판 장기화는 기술 가치 하락과 피해 기업의 경쟁력 악화로 이어져 선고가 내려질 때쯤이면 피해 기업의 유출 기술은 ‘헌 기술’로 전락하고 만다”며 “범죄를 엄단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전문 인력 양성과 전문 기관 설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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