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보험료율을 9%에서 15%로 올리되 소득대체율(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비율)도 40%에서 50%로 같이 올리자는 것은 사실상 연금 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말입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2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연금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모두 올리자는 일부 주장에 대해 이같이 비판했다. 윤 위원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와 보건복지부 산하 재정계산위원회에 모두 참여하는 연금 전문가다. 그는 “최근 국회예산정책처 발표에 따르면 보험료율만 15%로 올리면 2093년 기금의 누적 적자는 3699조 원 줄어들지만 보험료율과 함께 소득대체율도 50%로 올리면 적자 규모가 283조 원 줄어드는 데 그친다”며 “가파른 고령화로 보험료율 인상이라는 응급조치가 필요한데 소득대체율까지 올리면 그 효과가 뚝 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대 여명이 늘어나면 한 해 국민연금 수급액을 줄이는 ‘핀란드식 자동 안정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 위원은 “핀란드는 한 사람이 평생 받게 되는 연금 총액은 똑같지만 기대 여명이 길어지면 한 해 연금 지급액을 줄이는 재정 안정장치를 운용 중”이라며 “연금 총액이 같다는 점에서 국민들을 설득할 명분이 있고 연금 재정 악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 역시 21일 “(연금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장치를)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며 자동 안정장치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국회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 모수 개혁 논의에 사실상 손을 떼며 개혁 동력이 떨어진 상황에 대해서는 “미적립 부채 등 현재 연금 상황을 보여주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동력을 되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적립 부채란 국민들에게 지급하기로 한 연금액 중 현재 시점에서 부족한 금액으로, 현 세대를 위해 미래 세대가 부담해야 할 빚이다. 그는 “2006년 정부가 ‘미적립 부채가 하루에 800억 원씩 쌓이고 있다’고 밝히자 연금 개혁을 미룰 수 없다는 여론이 형성됐다”며 “이것이 이듬해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낮추는 개혁을 단행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지금은 미적립 부채 규모를 밝히면 연금제도에 대한 국민 불신을 키우고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며 정부가 정보를 숨기고 있다”며 “투명한 정보 공개가 연금 개혁의 불쏘시개가 됐던 역사를 되짚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