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여 년 전부터 뉴스에 많이 등장하는 ‘공유경제’는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한 명이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공유해 쓰는 개념으로 내 집의 비어있는 방을 공유하는 에어비앤비나 내 차의 유휴 운행시간에 택시처럼 일반 승객을 태우는 우버 등 전 업계에 걸쳐 두루 성장해왔다. 50+가 지닌 경험자산이 은퇴 등의 이유로 잠시 쉬고 있다면? 이때 이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이들의 경험자산을 나눠줄 수 있다면? 나는 이 역시 공유경제의 한 영역이라 생각한다.
나는 사업을 하면서 만난 50+의 풍부하고 다채로운 경험과 지식, 그리고 네트워크를 통해 많은 영감과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자사 아이템 개발을 위해 내가 잘 모르는 영역에 대한 전문지식이 필요했는데, 기존에 알고 지낸 한 50+가 해당 영역에서 오랜 커리어를 쌓았던 것을 기억하고 연락했더니 적극적으로 도와줬다. 그는 꽤 오랜 시간을 투자해 관련 지식과 내가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줬을 뿐만 아니라, 아이템 개발에 도움이 될 지인을 연결시켜 줬고 생각보다 큰 도움을 받아 미안해하는 나에게 “내가 가진 지식과 정보를 필요한 사람에게 나눌 수 있어 좋다”라며 함박웃음으로 답변했다.
우리 회사는 지난 2021년,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글로벌창업센터에 입주한 외국인 창업가들에게 50+가 쌓은 경험과 지식, 네트워크 등을 공유할 수 있는 ‘라이프 어드바이저 사업’을 진행했다.
해당 센터에 입주한 외국인 창업가들은 한국에서 다양한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 대표들로, 다양한 내외부적인 문제점을 마주하고 있었다. 언어나 문화에 대한 장벽뿐만 아니라 복잡한 각종 법률 및 행정절차, 경험 부재에 따른 작은 사업적 실수, 창업가로서 혼자 오롯이 견뎌내야 하는 압박감이나 외로움까지…. 모국이 아닌 타국에서 창업하는 젊은 창업가가 견디기엔 쉽지 않은 것이었다.
우리 팀은 사회 경험이 풍부하고 한국 조직문화에 밝으며, 다양한 네트워크를 보유한 50+를 ‘라이프 어드바이저’로 명명하고, 외국인 창업가와 매칭해 이들의 경험 및 노하우를 공유해 창업가의 사업 성장을 독려했다. 또한, 비즈니스 노하우 및 네트워크가 풍부한 50+ 어드바이저와의 정기적인 1대1 어드바이징을 통해 창업 활동에 도움이 되는 지속 가능한 관계를 구축하고자 했고, 경험이 풍부한 50+ 어드바이저가 한국의 생생한 사회 및 문화적 특징을 공유함에 따라 모국이 아닌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문화 이해 부족에서 오는 사업적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도왔다.
우리 팀이 초반에 가장 걱정했던 것은 라이프 어드바이저 선발이었다. 영어로 자신의 전문분야나 사회 경험까지 자유롭게 의사소통이 돼야 하고, 무엇보다 외국인 창업가의 어려움을 잘 들어주고 함께 고민해 줄 수 있는 라이프 어드바이저가 필요했다. 하지만 필요 인원의 3배수가 넘는 우수한 50+가 다수 지원해줘 최종적으로 3명의 어드바이저를 선발할 수 있었다.
1대1 어드바이징 뿐만 아니라 라이프 어드바이저들의 전문분야 특강 및 한국 산업화 메카인 을지로 장인 필드트립 등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50+ 라이프 어드바이저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외국인 창업가는 피드백을 통해 이번 사업으로 라이프 어드바이저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었으며, 정기적인 1대1 연락과 만남을 통해 창업가의 사업과 개인적 이슈에 공감하고 적절한 조언, 네트워크 연결 등을 통해 정서적 역량 케어에도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참여한 50+ 라이프 어드바이저 역시 외국인 창업가라는 기존에 경험해보지 못한 대상에게 자신이 가진 경험자산을 공유하며 보람을 쌓는 동시에, 작지만 가치 있는 부가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50+가 가진 경험자산은 누군가에게는 매우 가치 있고 필요한 것이다. 부디 내가 가진 경험자산의 가치를 귀하게 여기고, 더 많은 곳에 나누며 생산자의 역할을 지속해 나가는 50+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