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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공주가 될 수 없다는 빈축…할리 베일리의 '인어공주'를 둘러싼 논쟁 [SE★초점]

원작 있는 작품의 슬픈 운명일까…

반복되는 유사 '#낫 마이 애리얼' 논쟁

'인어공주' 핵심은 얼굴 아닌 목소리

‘인어공주’ 예고편 캡처(왼쪽)와 원작 애니메이션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인어공주’ 예고편 캡처(왼쪽)와 원작 애니메이션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내가 알던 인어공주가 아냐(#Not my ariel, 이하 ‘낫 마이 애리얼’).” 디즈니가 자사 애니메이션 ‘인어공주’를 원작으로 한 실사 뮤지컬 영화 ‘인어공주’(감독 롭 마샬)를 제작하며 주인공 애리얼 역에 가수 겸 배우인 아프리카계 미국인 할리 베일리(23)를 낙점하자 SNS에서 확산하던 해시태그다. 자신이 알던 빨간 머리 백인 캐릭터 애리얼 모습과 달라 캐스팅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담고 있다.



지난 2019년 논란의 첫 불을 지폈던 할리 베일리 캐스팅을 두고 지금도 여전히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5월 영화 개봉을 앞두고 월트디즈니컴퍼니는 포스터와 메인 예고편을 공개하는 등 분주하지만, 콘텐츠가 공개될 때마다 ‘낫 마이 애리얼’의 목소리는 거세게 재확산하고 있다.

디즈니가 논란에 불을 지폈다


/사진='프리폼'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사진='프리폼'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디즈니가 미스 캐스팅 논란에 직접 입을 열었다. 지난 2019년 7월 디즈니 산하 TV 채널인 프리폼(freeform)은 공식 SNS에서 ‘낫 마이 애리얼’ 해시태그가 배우를 배척하는 문구에 불과함을 지적했다. 프리폼은 “애리얼이 덴마크인이라고 가정해본다면 덴마크 인어는 흑인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동화 ‘인어공주’를 쓴 안데르센 작가가 덴마크 출신인 것에 빗댄 비판이었다. 프리폼은 이어 “애리얼은 허구의 캐릭터에 불과하다, 탁월한 캐스팅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면 당신이 문제다”라고 비꼬았다. ‘가엾고 불행한 영혼들에 보내는 공개편지’라는 설명까지 친절히 더했다.

사진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사진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해당 게시글은 논란을 촉발했다. 댓글난은 디즈니 입장에 환영을 표하는 사람들과 반감을 보이는 사람들이 서로 주장을 펼치는 공론장으로 변했다. 그중 가장 많은 ‘좋아요’(1,023개)를 받은 글은 “캐스팅 반대론자들을 차별주의자 취급하지 말아 달라"라는 내용이다. ‘흑인 캐스팅을 싫어한다고 해서 인종차별주의자인 것은 아니며, 단지 원래의 주인공을 망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원작 그대로를 향한 애정일 뿐 차별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라는 입장도 뒤따랐다.



최근 상황은 비판이 아닌 비난에 가깝다. 최근 디즈니코리아 공식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된 ‘인어공주’ 메인 예고편에 달린 댓글은 “마녀가 목소리만 가져간 개연성이 있다”, “그 어떤 다큐멘터리보다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깨닫게 한다”, “왕자가 애리얼이 아닌 이웃나라 공주를 선택한 것에 정당한 서사를 부여하는 멋진 캐스팅”, “고도의 심리로 인종 비하와 차별을 이끌어내는 디즈니”라며 할리 베일리를 향한 비호감을 선명히 드러낸다.

원작이 있는 작품의 슬픈 운명일까


드라마 ‘치즈인더트랩’ 포스터 /사진=tvN 제공드라마 ‘치즈인더트랩’ 포스터 /사진=tvN 제공


비슷한 양상의 논란이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2016년 동명의 인기 웹툰 원작을 실사화 제작한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극본 김남희, 연출 이윤정)은 드라마화 확정 소식에서부터 배우 선정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배우 김고은이 여자 주인공 홍설 역에 캐스팅 확정되자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쏟아졌다. 처음에는 원작의 캐릭터와 유사한지를 두고 논란이 시작됐지만 점차 배우를 향한 비판이나 외모에 관한 품평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2018년 방영된 JTBC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극본 최수영, 연출 최성범)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된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에서 여자 주인공 현수아 역을 맡은 배우 조유리 역시 원작 캐릭터의 이미지와 달라 아쉽다는 의견에 둘러싸였다. 이렇듯 원작을 기반으로 한 작품을 실사화 제작하는 과정에서 배우들에게 논란이 가해지는 경우는 반복돼 왔다.

원작 ‘인어공주’의 핵심은 목소리


사진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사진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원작 애니메이션 ‘인어공주’(1989) 속 주인공 애리얼의 정체성은 외모가 아니라 목소리다.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의 마지막 시퀀스에서는 왕자가 마녀에 속아 결혼식을 진행하던 중에 애리얼의 노랫소리를 듣는다. 노래를 들은 왕자가 고개를 돌리며 “애리얼?”하고 묻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애리얼의 존재를 혼동하던 왕자에게 진짜 애리얼이 정체를 드러낸 결정적인 역할은 애리얼의 목소리였다.

숀 베일리 월트디즈니 스튜디오 모션 픽처스 사장은 작년 11월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 2022’에서 인어공주 캐스팅 관련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할리 베일리는 굉장히 뛰어난 배우이자 월등한 노래 실력의 소유자다”라며 캐스팅의 근본적인 이유를 전했다.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오는 5월 실사화한 인어공주의 노랫소리가 전 세계 극장에서 울려 퍼질 예정이다. 관객들이 애리얼의 노래를 듣고 어떤 감정을 느낄지 기대해 봐도 좋을 듯하다.


조은빛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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