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깨는 오메가-3와 식이석유, 비타민 등 몸에 좋은 성분을 많이 함유한 건강식품의 대명사로 꼽힌다. 특히 두뇌발달과 기력회복을 돕는다고 알려지면서 수험생 건강식에도 자주 등장하는 식재료다. 그런데 최근 국내 소아청소년 대상의 한 연구에서 들깨가 중증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식품으로 확인되며 주목받고 있다.
이수영·정경욱 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연구팀은 2016년 9월부터 2019년 6월까지 들깨 섭취 후 2시간 내 급성 알레르기 증상을 호소하며 아주대병원 등 2개 상급종합병원 소아청소년과에 내원한 환자 중 21명의 임상적 특성을 조사한 결과 이러한 연관성이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만 3세(중위 연령) 환자 21명 중 6명(28.6%)이 중증 전신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나필락시스는 특정 식품이나 약물 등에 노출 후 전신에 발생하는 과민반응이다.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알레르기질환 관련 병력을 살펴보면 21명 중 15명(71.4%)이 아토피피부염을 동반하고 있었다. 그 밖에도 4명(19%)이 비염을, 2명(9.5%)이 천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명(85.7%)은 들깨 이외의 다른 식품알레르기가 있었으며, 이 중 14명이 땅콩, 견과류, 과일, 곡물 등 식물성 식품에 의한 알레르기였다.
연구팀은 환자들의 피부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실험실에서 들깨 단백을 추출해 진단용 피부반응검사 시약을 자체 제조한 다음, 효소면역측정법(ELISA)과 IgE(면역글로불린 E) 면역블롯을 시행했다. 면역블롯은 특정 단백질을 검출하기 위해 사용하는 분자생물학 기술이다.
피부반응검사 결과 환자 21명 중 15명이 양성 반응을 보였다. 효소면역측정법 실험 결과에선 18명(85.7%)이 들깨에 관한 혈청 특이 IgE 양성 반응을 보였다. 면역블롯을 시행한 결과, 분자량 50kDa, 31-35kDa, 14-16kDa의 단백이 들깨 알레르기 환자 50% 이상(11명)의 혈청과 결합하는 것이 확인됐다. 이 분자량 3개 단백 분획에 대한 아미노산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에 비춰볼 때 들깨 올레오신 포함 8개의 들깨 단백을 알레르기 항원으로 추정된다는 게 연구팀의 판단이다.
연구팀은 들깨 알레르기의 면역학적 특성을 체계적으로 보고한 첫 연구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세계적으로 참깨 알레르기에 대한 연구는 많지만, 들깨의 경우 2편의 단순 증례보고가 전부였다. 향후 원인 단백 확인, 면역학적 특성 규명 등의 추가 연구를 통해 피부검사 또는 혈청검사 시약 등을 개발하면 환자 진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수영 교수는 “들깨는 오래 전부터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흔히 섭취하지만 소아청소년에겐 중증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 식품임이 확인됐다”며 “자녀에게 처음 들깨를 먹인다면 다른 주요 알레르기 유발 식품처럼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지 확인해 볼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알레르기 및 임상 면역학 저널’(Journal of Investigational Allergology and Clinical Immun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