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일본을 향해 미국의 대중 제재에 동참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만나 각종 외교·안보·경제 현안에 대해 첨예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중국은 3년 4개월 만에 자국을 찾은 일본 외교장관을 환대하면서도 주요 현안에서는 강하게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3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전날 친 부장은 베이징에서 하야시 외무상과 4시간 동안 회담과 오찬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친 부장은 “미국은 일본 반도체 산업을 잔인하게 탄압하기 위해 ‘왕따’ 전술을 사용했고 이를 중국에 반복하고 있다”며 “일본은 여전히 깊은 고통을 겪고 있는데 호랑이(미국)의 앞잡이가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하야시 외무상은 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제재는)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중국과 일본 외교수장들은 베이징에서 만나 모두발언부터 힘겨루기를 했다. 친 부장은 올해가 중일 평화 우호조약 체결 45주년이라고 강조하며 “역사와 인민에게 부끄럽지 않은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공조를 강화하는 일본을 회담 시작부터 견제한 셈이다. 하야시 외무상은 “중일 관계에는 여러 가능성이 있지만 동시에 많은 과제와 심각한 현안에 직면해 매우 중요한 국면에 있다”고 받아쳤다.
미중 경쟁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대만해협의 정세를 두고도 선명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하야시 외무상은 회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중일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포함한 동중국해 정세와 관련해 심각한 우려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친 부장은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이자 중일 관계의 정치적 기초”라며 대만 문제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대해서도 양국은 충돌했다. 친 부장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는 것은 인류의 건강과 안전에 관한 중대한 문제이며 일본 측은 이를 책임 있게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야시 외무상은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의 안정성을 설명하며 “중국 측의 반발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중국의 일본산 식품 수입 제한 조치를 철폐할 것을 요구했다.
일본 측은 지난달 베이징에서 스파이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일본 아스텔라스제약 직원의 조기 석방을 강력히 촉구했으나 친 부장은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회담 곳곳에서 신경전을 벌인 양국이지만 관계 개선과 소통 의지도 보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중일 3국 정상 및 외교장관 간 협의의 틀을 재가동한다는 방침에 양국 장관의 의견이 일치했다고 전했다. 하야시 외무상은 리창 총리, 왕이 국무위원과도 회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