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작가로 변신한 인사 전문가 “17년 쓴 편지, 리더십 필독서 됐죠”

■장동철 전 현대차그룹 부사장

부하직원들에게 보낸 편지 책으로 엮어

업무 대신 일상 담아…소통·공감 유도

'진짜 리더십' 다룬 두 번째 책 출간 목표





리더십을 다룬 책 ‘제법 괜찮은 리더가 되고픈 당신에게’는 현대자동차그룹 부사장을 지낸 장동철(59·사진)씨가 직장 생활 중 부하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시작됐다. 장 씨는 2003년 당시로서는 비교적 이른 나이인 39세에 인사팀장으로 발령 받은 뒤 어떻게 하면 조직(팀)을 잘 이끌어갈 지 고민하다 매일 아침 편지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내기로 결심했다. 업무가 아닌 인간으로서 소통하자는 취지였고, 그렇게 팀원들의 마음을 열며 직장인이자 리더로서 성공적인 생활을 이어갔다. 그렇게 17년간 쓴 편지는 3000통에 달했고, 120편을 추리니 자연스럽게 책이 됐다. 편지를 더 쓰지 않아도 되는 ‘퇴직’을 맞은 장씨는 그 편지 덕에 이제는 작가로 제 2의 삶을 누리고 있다.




- 만나서 반갑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

“은퇴한 뒤 일보다는 즐기는 삶을 살고 싶었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깨닫고 진정 나를 위해 살겠다고 마음 먹었다. 여행하고 책 읽고 그렇게 보내는 시간이 많은데 지난해 말 책이 나온 뒤로는 (강연 등) 일거리가 생기더라. 일에 쫓기지 않는 선에서 적당하게 외부 활동도 하고 있다.

- 책 이야기를 해보자. 어떻게 시작됐나.

“사실 20년 전부터 쓰기 시작한 글이 책이 됐다. 갑자기 팀장이 됐을 때 나는 준비가 덜 됐다고 생각했다. 사흘 간 잠을 못 이뤘다. 주말에 서점을 뒤져 리더십 책을 급히 사서 봤다. 팀장으로서 어떻게 팀을 이끌지 고민한 끝에 ‘매일 구성원에게 편지를 보내자’라는 결론이었다. 그렇게 편지가 시작됐다.”

- 부서장이 갑자기 편지를 보냈을 때 직원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황당했을 거다. 그때만 해도 대기업 분위기가 팀장이 뭔가 보내면 일이라고 생각할 때다. 그래서 업무 이야기를 담지 않았다. 아침부터 부담스러운 업무 이야기를 누가 읽고 싶겠나. 첫사랑 이야기를 쓸 때도 있었고 가족 이야기도 담았다. 저를 드러내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하니 직원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직원들이 먼저 친근함을 표현했다. 나를 어려워하지 말라고 시작했는데 전략이 통한 셈이다.”

- 직원들이 겉으로만 좋아한 건 아닌가

“아니다(웃음). 나름 좋은 영향을 많이 끼쳤다고 생각한다. 한 번은 대기업에 들어와 임원처럼 바쁜 삶을 살기 싫다는 생각이 많아졌다는 직원이 나를 보고 임원의 꿈을 다시 꿨다고 하더라. 너무 뿌듯했다. 나중에 직원들이 편지를 모아 책으로 쓰자고 먼저 제안했다. 현직자로서는 아닌 거 같다고 생각했고 퇴직하면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이 실현됐다.”





- 편지를 어떻게 얼마나 오랫동안 쓴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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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7시에 메일을 보냈다. 처음에는 2~3문장만 썼다. 그런데 익숙해지니깐 점점 길어지더라. 안쓰면 불편하고. 나중에는 30~40분정도 시간을 들여 1장정도 썼다. 팀장이 되고 회사를 나올 때까지 17년간 매년 170통 정도씩 3000통을 썼다.”

- 편지 내용이 모두 책에 담긴 건가.

“편지 중에서도 일과 삶을 주제로 분류했다. 일에 대한 생각과 개인적인 일상, 내가 삶을 바라보는 시선 등 120개를 묶어 낸 게 이번 책이다. 후배들이 내게 답장도 줬는데 그렇게 6명의 후배들이 보낸 답장을 부록으로 달았다.”

- 리더로서 편지 말고 또 어떤 노하우가 있는지 궁금하다.

“회식에도 변화를 줬다. 월 1회, 1년에 12번 회식을 한다면 막내 직원부터 매월 원하는 걸 하자고 했다. 마지막은 내가 원하는 대로 하고(웃음). 회식은 자리를 기회 삼아 편안히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어야 한다. 그렇게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팀원들이 하고 싶은 회식을 제안했고 볼링을 치러 가거나 벚꽃 구경을 하며 회식을 대체했다. 가을에는 밤도 땄다. 당시 직원들이 회식을 추억 삼아 이야기하더라.”

- 또 다른 비법도 전수해 달라.

“정시 퇴근을 유도하고 월차도 적극적으로 쓰게 했다. 한 사람이 쉬면 다른 팀원들이 쉬는 사람의 업무를 공유하며 이해하게 된다. 공백을 서로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한 직원이 쉰다는 자체는 조직과 시스템에 대한 자신감이다. 쉬는 게 곧 조직을 튼튼하게 만드는 방법인 셈이다.”

- 괜찮은 리더에 대해 정의해 달라.

“리더가 구성원 70%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면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모두 살아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관점도 차이가 있다. 모두 만족시킬 수 없다. 많은 리더들이 30%의 지지도 받기 힘들다. 적어도 70%만 따라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면 조직이 더 좋아질 수 있다.”

- 작가로서 성공적으로 데뷔했는데 다음 작품은 언제 나오나.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것은 아니지만 책은 계속 쓸 거다. 다음은 진짜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지금 세상이 말하는 리더십에 대한 착각도 짚어보고 꼭 필요한 리더십에 대한 생각도 정리할 계획이다. 3년 이내에 책을 낼 계획이다.”

정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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