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양곡법 거부권…2326조 나랏빚 더 늘리는 포퓰리즘 경쟁 멈추라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자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이후 7년 만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초과 생산량이 예상 수요량의 3% 이상이거나 쌀 가격이 전년보다 5% 넘게 떨어지면 정부가 이를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양곡관리법을 본회의에 직회부한 뒤 강행 통과시켰다.



윤 대통령이 재정 악화 등 많은 부작용을 낳는 양곡법에 대해 재의를 요구한 것은 불가피했다. 윤 대통령은 “이 법안은 농가 소득을 높이려는 농정 목표에도 반하고 농촌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 매입하게 되면 과잉 생산을 부추기고 다른 작물 재배를 위축시킨다. 더구나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의무 매입에 들어가는 비용이 2030년에는 1조 4000억 원에 달한다.

관련기사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표만 바라보는 포퓰리즘 경쟁에 여념이 없다. 민주당은 건강보험 재정 파탄을 초래한 ‘문재인 케어’를 유지하기 위한 건보기금 재정 투입 의무화, 학자금 무이자 대출 등 선심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국민의힘도 표심을 의식해 정부의 전기·가스 요금 인상 발표에 제동을 거는 등 집권당의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지난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채무를 합친 국가 채무는 1067조 7000억 원으로 사상 처음 1000조 원을 넘었다. 2017년 660조 원이었던 국가 채무가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 남발로 5년 사이 400조 원 넘게 급증했다. 연금 충당 부채까지 포함하면 국가 부채 규모가 2326조 2000억 원에 이른다. 특히 공무원과 군인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을 포함한 연금 충당 부채는 당장 지급해야 할 돈은 아니지만 관리를 잘못하면 잠재적 ‘부채 폭탄’으로 변질될 수 있다. 지난해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17조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올해도 경기 악화와 자산 시장 침체 등으로 역대급 세수 펑크가 예상된다. 지금은 국가 부채를 더 늘리는 포퓰리즘 경쟁을 중단해야 할 때다. 여야는 그 대신 재정 준칙 법제화와 연금 개혁 등을 서두르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