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동해로 순항미사일을 다수 발사했다.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및 전술유도무기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정상 각도 발사 가능성 등 추가 도발 위험도 커지고 있다. 지금 시급한 것은 시시각각 고도화하는 북한 위협에 보다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획득시스템을 갖추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할 것은 지난 1년 동안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민간 첨단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수 천 개의 저궤도 위성을 이용한 스타링크 서비스는 적의 공격에 의해 지상의 기지국이나 인터넷 회선이 완전히 파괴된 후에도 안정적인 인터넷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승객과 가까운 차량을 연결해주는 우버의 기술은 드론으로 확인된 적에 가장 가깝고 적합한 아군 무기를 선택해주는 ‘지리정보체계(GIS) 아르타’ 프로그램으로 활용됐다. 기술 변화의 속도를 국방이 따라가지 못하면 아무리 강한 무기를 보유하더라도 튼튼한 안보를 담보하기 어렵다.
미국·독일 등 국방 선진국들은 전통적인 획득절차와 함께 혁신적 기술이나 입증된 첨단기술을 신속하게 무기체계에 접목하는 패스트트랙 (fast track) 획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민간 첨단기술을 무기체계에 신속하게 적용하기 위해 신개념기술시범 혹은 신속시범사업 등을 도입했다. 그러나 이는 기존 획득체계 틀 내에서 운영돼 여전히 획득절차의 복잡성, 장기화, 기술의 진부화 등 근본적인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존에는 군이 새로운 무기체계 소요를 제기하면 선행연구, 소요검증, 사업타당성 조사, 연구개발, 시험평가 등 수 많은 절차를 거친 후에야 비로소 군에 무기체계가 인도됐다. 이대로는 소요 제기 이후 인도까지 10~15년이 걸려 첨단기술을 무기체계에 접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무기체계에 첨단기술을 빠르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획득제도에 개방성과 유연성을 확보하고, 빠른 의사결정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 즉 의사결정 및 검토과정을 단축하고 적극적인 실행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민간 첨단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시험평가, 양산 등 여러 가지 의사결정 절차를 통합해 빠르게 전력화하는 패스트트랙 제도의 신설은 당면 과제가 됐다. 새로운 무기체계의 기획부터 민간 과학기술 전문가가 참여하고 최신 기술 방향이 반영돼야 한다. 소요를 제기하고 결정하는 절차는 매우 압축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특히 사용 중인 무기체계의 성능개량이나 방산업체에서 수출용으로 자체 개발한 시제품의 전력화 등 성숙된 기술을 통한 무기 개발은 기존 절차에 얽매이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 이런 분야는 ‘신속 소요’로 새롭게 정의하고, 소요 제기 이후 5년 이내에 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해 신기술의 도입 속도를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방위사업의 근간이 되는 법령 개정이 필수적이다. 패스트트랙 관련 방위사업법 개정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가 핵심 산업으로 떠오르는 K방산이 날개를 달고, 군이 첨단 과학기술화하고 전력을 향상하는데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