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조선업체를 돕기 위해 선수금환급보증(RG) 공급 확대를 추진한다.
정부는 6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선 산업 금융 지원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중형 조선사의 특례보증 보증 비율을 70%에서 85%로 상향 조정한다. RG 발급 기관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도 수주 프로젝트별 수익성을 검토해 추가 RG 발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HD현대중공업(329180)·삼성중공업(010140) 등 대형 조선사에 대해선 남은 RG 한도를 적기에 발급하기로 했다. 만약 RG 한도를 초과했다면 8개 금융기관이 추가 분담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은행 간 협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해외 시장을 통한 RG 발급도 지원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무역보험공사는 특례보증에 무역보험기금을 활용함으로써 대형 조선사 RG 발급에 시중 은행의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과도한 RG 발급 확대가 저가 수주나 금융권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저가 수주 방지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선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가 공동 용역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가 RG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최근 선박 수주가 늘고 있는 데다 선수금 비중까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RG는 조선사가 선박을 제때 건조하지 못했을 경우 금융사가 선주(발주사)에게 선수금을 대신 물어주기로 약정하는 보증이다. 보통 발주사는 공정 진행 상황에 따라 대금을 미리미리 제공하는 방식으로 조선사에 대가를 지급한다.
발주사 입장에선 선수금을 주고도 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발주사는 조선사에 RG를 요구하게 된다. 이후 조선사가 은행에 RG 발급을 요청하면 무역보험공사가 재보증을 통해 위험을 분담하는 식으로 RG 계약이 체결된다.
그러나 최근 선가 급등 등의 영향으로 RG 한도가 소진되면서 조선사의 선박 수주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더구나 최근의 국내 조선업 호황을 이어가려면 RG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우리나라 조선업체의 수주 잔량은 2020년 2064만CGT에서 지난달 3868만CGT로 급증했다.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 강화로 친환경 선박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 호황까지 겹치면서 우리나라 조선업체들의 글로벌 선박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7%에서 올해 1분기 말 44%까지 확대됐다.
이 가운데 선수금 비중은 기존 40%에서 50% 이상으로 늘어나고 있어 조선업계 금융 지원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정부는 해석하고 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글로벌 선박 시장 호조세에 따라 선박 수주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올해는 그간의 수주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므로 적극적인 금융 지원을 통해 조선 산업 성장의 선순환을 위한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