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일감이 있어도 보증을 받지 못해 선박을 수주하지 못하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수주 증가와 선가 상승으로 금융 지원이 필요한 국내 조선 업체를 대상으로 선수금환급보증(RG) 공급 확대에 나서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6일 열린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조선 산업 금융 지원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국내 조선사들이 겪고 있는 RG 부족 등 금융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RG는 수주 계약부터 선박 인도까지 수년이 걸리는 조선 산업의 특성을 감안해 선박을 제때 건조하지 못하거나 파산할 경우 조선사가 선주로부터 받은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물어주는 지급보증이다. 선주는 RG 발급 확인 이후 대금 지급을 시작하고 조선사는 이 자금으로 원자재를 구매한다.
장기간 침체를 겪던 글로벌 선박 시장은 2021년부터 발주량이 대폭 증가하면서 우리 조선사의 수주 잔량도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인 3868만 CGT를 기록 중이다. 2032년까지 글로벌 발주량은 친환경·고부가 선박을 중심으로 연 3000만 CGT 이상의 호조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정부는 우리 조선사들이 조선 산업 호황에 발맞춰 양질의 일감 확보가 가능하도록 RG 공급 확대를 추진한다. 우선 중형 조선사의 특례보증 비율을 70%에서 85%로 상향 조정한다. RG 발급 기관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도 수주 프로젝트별 수익성을 검토해 추가 RG 발급을 위해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HD현대중공업(329180)·삼성중공업(010140) 등 대형 조선사에 대해서는 남은 RG 한도를 적기에 발급하기로 했다. 만약 RG 한도를 초과했다면 8개 금융기관이 추가 분담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은행 간 협의에도 나선다. 아울러 해외시장을 통한 RG 발급도 지원할 방침이다. 무역보험공사는 특례보증에 무역보험기금을 활용함으로써 대형 조선사 RG 발급에 시중은행의 참여를 유도하기로 했다.
과도한 RG 발급 확대가 저가 수주나 금융권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저가 수주 방지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올해는 그간의 수주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적극적인 금융 지원을 통해 조선 산업이 성장하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 역시 “올해 무역금융 공급 규모를 최대 364조 5000억 원까지 확대하겠다”며 “내년 예산안 편성 지침에도 수출 드라이브를 핵심적인 투자 분야로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최 차관은 이날 오후 현대차 울산공장을 방문해 자동차 수출 상황을 점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