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붕되돼 2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성남의 정자교가 정기 점검에서 양호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예고된 인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전국에 30년 이상된 노후 교량이 즐비한 상황에서 추가 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번 사고는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인명 피해를 유발한 첫 교량 붕괴라는 점에서 중대시민재해의 첫 사례가 될지 관심이다.
6일 국토안전관리원의 ‘2021년 시설물통계연보’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전국에 준공된 후 30년이 넘은 교량은 4422개에 달했다. 통계 작성 당시 20년 이상 30년 미만 교량이 9480개였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더 많은 교량이 노후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교량의 사용 연수가 오래될 경우 안전사고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실제 안전등급별 사용 연수 현황을 보면 결함이 발생해 간단한 보강이 필요한 C등급(보통) 이하는 30년 이상된 교량의 비중이 크다.
결함이 발생해 긴급 보수·보강이 필요한 D등급(미흡)을 맞은 교량을 보면 30년 이상이 97개로 가장 많았고 이어 20~30년 26개, 10~20년 3개 순이었다. 심각한 결함으로 사용을 즉각 금지해야 할 E등급(불량)도 30년 이상이 10개, 20~30년이 5개였다. 전국단위별로 보면 C등급 이하 교량이 가장 많은 곳은 강원도로 532개다. 이어 경기 514개, 충북 428개, 충남 446개, 경북 418개 순이다.
사고가 발생한 분당의 정자교 역시 신도시가 건설될 당시인 1993년에 지어진 노후 시설물이었다. 전문가들은 30년된 교량도 유지·보수만 잘될 경우 안전에 큰 문제가 없는 만큼 이번 붕괴 사고의 원인으로 소홀한 안전 점검을 꼽았다.
실제 경기남부경찰청 분당 정자교 붕괴 사고 수사 전담팀은 정자교가 지난해 8월 진행한 관내 교량 정기 점검에서 B등급(양호)을 받아 사고 위험이 없다는 엉터리 결과가 나온 사실을 확인하고 전날 분당구청의 교량 관리 업무 담당자를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안전 점검 및 보수공사 업체 관계자도 조만간 불러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문현철 숭실대 대학원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시설물 붕괴나 싱크홀 등 각종 재난은 발생하기 전 전조 증상이나 예견할 수 있는 기준이 많다”며 “광역단체 등이 지자체의 시설물 안전 점검에 대한 감사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성남시 등에 따르면 전날 정오께부터 붕괴 사고가 난 정자교로부터 상류로 900여 m 떨어진 불정교를 통제하고 있다. 시는 사고 직후 정자교 인근의 24개 교량에 대해 긴급 육안 점검을 벌인 결과 불정교 보행로 일부 구간에서 침하를 확인하고 이같이 조처했다. 이어 인근의 수내교도 차로를 제외한 보행로 통행을 차단했다. 시는 전체 211개 교량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안전 점검을 시행할 방침이다.
특히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번 사고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의 적용 요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해 혐의 적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 이번 사고가 총길이 108m의 교량에서 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만큼 적용 요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대시민재해’가 적용된다면 지난해 1월 법 시행 이후 첫 사례가 된다. 경찰 관계자는 “관리 사항의 하자나 부실이 확인될 경우 중대재해법 위반이 되기 때문에 당연히 법 적용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