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역내 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위한 430억 유로(약 62조 원) 규모의 ‘EU반도체지원법(ECA·European Chips Act)’에 대한 세부 내용을 이달 확정하고 법안 승인에 나선다.
로이터통신은 5일(현지 시간) EU 집행위원회가 이달 18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리는 유럽의회 월례회의에서 EU반도체법 예산 관련 세부 내용을 협의한 후 최종 승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지금까지 예산 부족분 4억 유로(약 5700억 원)의 충당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돼왔다"며 “EU 집행위는 필요한 자금의 대부분을 조달하는 데 성공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EU 집행위는 당초 첨단 반도체 공장에만 국한됐던 반도체법 지원 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구형 공정 생산 부문을 비롯해 연구개발(R&D), 설계 시설 등 반도체 생태계에 포함된 모든 산업에 자금을 투입해 공급망 전반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의회 의원들은 반도체 R&D 지원 근거로 유럽 최대 종합반도체연구소인 벨기에의 IMEC를 꼽았다. IMEC은 유럽 나노전자와 디지털 기술 혁신을 주도해왔으며 전 세계 600개 이상의 주요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로이터는 “지원 대상이 확대될 경우 상대적으로 소외된 유럽 중소국들의 불만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EU 집행위는 지난해 2월 미국과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고 역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EU반도체법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으로 유럽 제조 업계 전반이 직격탄을 맞자 시급히 기술 자립을 이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최근 미중 패권 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미국이 ‘반도체지원법’ 도입을 서두르는 등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되는 상황 역시 관련 논의에 불을 지폈다. EU는 반도체법을 통해 2030년까지 세계 반도체 생산 시장 점유율을 현재 10%에서 20%까지 두 배로 끌어올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