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TV·방송

[인터뷰] '미끼' 장근석, 스스로를 깨부순 망치질

'미끼' 장근석 / 사진=쿠팡플레이 제공'미끼' 장근석 / 사진=쿠팡플레이 제공




배우 장근석 5년 만에 '미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시청자 앞에 선 그는 전과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 밝고 자유분방한 그가 모든 색채를 빼고, 건조한 회색이 된 것이다. 색채를 빼는 작업은 쉽지 않았지만, 배우로서는 행복한 경험이었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미끼'(극본 김진욱/연출 김홍선)은 사상 최악의 사기 범죄를 저지르고 죽음 뒤로 숨어버린 그놈, 노상천(허성태)을 추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장근석이 연기한 구도한은 강력 범죄 수사대 강력 3팀의 팀장이다. 재벌 전문 변호사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의문의 살인 사건을 수사하던 중, 사건이 8년 전 사망한 희대의 사기 번죄자 노상천과 연관돼 있음을 알게 된다. 이후 그는 과거의 사기 사건과 현재의 살인 사건의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장근석은 '미끼'를 통해 2018년 드라마 '스위치-세상을 바꿔라' 이후 약 5년 만에 복귀하게 됐다.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한 그는 '미끼'를 복귀작으로 고른 이유는 예상했던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꽃미남, 아시아 프린스 등의 수식어로 불리며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활약했던 그에게 수사물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군 복무로 2년 있었고, 3년 동안은 제 길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시간이었어요. 제 인생에서 쉬어본 적이 한 번도 없더라고요. 3년 동안 제가 하고 싶은 걸 많이 하면서 지냈어요. 여행도 많이 갔고, 음악도 많이 들었죠.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을 때는 하지 않고요. 그러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 길어졌네요."

"'미끼' 대본을 읽었는데,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감독님이 어떤 의도로 저에게 줬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이후 감독님을 만나서 어떤 내용인지, 왜 나에게 줬는지, 나의 어떤 모습을 뽑아보고 싶은지 질문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감독님은 '너랑 하고 싶다'는 한마디로 정리하셨어요. 거기서 끝난 거예요. '미끼'는 저에게 운명이죠."

'미끼' 스틸 / 사진=쿠팡플레이'미끼' 스틸 / 사진=쿠팡플레이


'미끼' 출연을 결정한 장근석은 건조하기 그지없는 구도한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를 깨부수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자신을 향한 망치질을 시작한 것이다. 촬영 들어가기 3개월 전부터 레슨을 받는 게 망치질의 출발이었다.

"제가 많이 무뚝뚝해져 있을 수 있겠더라고요. 배우는 연기를 통해 감정을 쏟아내야 되는데, 그런 부분이 무뚝뚝하지 않았나 싶어요. 레슨은 거창한 테크닉이나 캐릭터 세계관 구축이 아니었어요. 0으로 돌아가서 호흡법, 발성, 감정의 세포를 올리는 연습을 했죠. 정말 큰 도움이 됐고, 앞으로 시간이 될 때마다 계속할 예정이에요."

"저는 건조한 사람이 아니에요. 에너제틱하고 자유분방해 보일 수 있어요. 구도한을 연기하는 건, 그런 모든 것들을 모노톤으로 바꾸는 일이에요. 자칫하면 너무 딱딱해 보이거나, 혼자 극에서 따로 노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어요. 그 중간을 잘 잡아야 됐죠."



건조한 구도한의 얼굴을 표현하기 위해 장근석은 수면까지 조절했다. 그는 촬영하는 5개월 동안 4시간 이상 자지 않으면서 캐릭터를 만들었다. 범인을 쫓고, 거대한 심리게임에 뛰어든 구도한이 잘 자서 깨끗한 얼굴로 활보한다는 게 이상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사건에 대해 집중하는 인물이 속 편하게 잘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억지로 그런 건 아닌데, 신경을 너무 쓰고 있다 보니 깊이 잠을 못 잔 것 같아요. 대신 촬영이 없는 날에 몰아서 잤어요. 피부과 가서 레이저 시술을 받고 보습 관리를 하면 안 되는 인물이었어요. 화면에서도 피부 표면의 거침을 더욱 살렸더라고요. 너무 힘들었지만, 즐겁고 행복했어요."



그만큼 절실했던 장근석이다. 연기 레슨을 결심한 이유도, '미끼'를 선택한 이유도 모두 절실한 마음에서 비롯됐다. 배우에게 작품은 가장 큰 무기. 최고의 무기를 얻기 위한 노력인 것이다.

"무조건 잘하고 싶었어요. '이걸로 인해서 크게 성공한다'는 마음은 아니었어요. 그냥 제가 관에 들어갈 때 '미끼'를 갖고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사람들이 봤을 때 전 단순하게 5년 정도 쉰 거지만, 그 안에서 정말 많은 선택이 있었거든요. 그 끝이 '미끼'예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5년 만에 돌아간 현장은 어땠을까. 장근석은 환경이나 구조는 많이 바뀌었지만,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좋은 작품을 만들고, 각자 주어진 역할을 꺼내서 하는 본질과 책임감은 그대로였다. 물론 OTT 촬영은 처음이었기에, 변화를 실감한 부분도 많았다.

"작품을 촬영하기 전부터 OTT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지려고 하지 않았어요. 그저 작품에 집중하고 풀어가려고 했습니다. OTT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작품의 세계관을 표현하는 데 제한이 많지 않더라고요. 공중파에서 표현할 수 없는 잔혹성이 표현됐는데, 연기할 때 도움이 됐죠. 제한이 없어지니 표현의 폭이 넓어지는 걸 실감했습니다."



정반대의 얼굴을 보여주는 데 성공한 장근석은 '미끼'로 많은 것을 얻었다. 새로운 가능성, 한층 넓어진 연기 스펙트럼 등이다. 한 번의 망치질을 성공했으니, 다른 망치질도 두려움 없이 해낼 수 있다는 용기도 얻었다. 그는 이를 발판으로 앞으로 나아갈 계획이다.

"이제 자신감이 붙었어요. '미끼'같은 작품을 할 수도 있고, 그보다 더 진한 걸 할 수도 있고, 초기의 로맨틱 코미디도 다시 할 수 있죠. 굳이 과거의 나와 완전히 달라야 된다는 선은 긋지 않을 생각이에요. 제가 했던 것 중에 잘할 수 있는 게 있고, 여전히 해보지 않은 게 있을 수 있어요. 마음이 많이 열린 상태예요."

'미끼'는 파트2 공개를 앞두고 있다. 파트1이 사건의 초석을 깔아놓는 역할을 했다면, 파트2는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걸 보여준다. 장근석은 파트1이 다소 무겁고 잔잔한 느낌이 있다면, 파트2는 몰입감 있게 전개된다고 귀띔했다.

"파트2는 총에서 총알이 나가는 것과 같아요. 사건이 풀리면서 쫓고 쫓기는 게 이어지죠. 누군가는 살인을 계속하고, 누군가는 잡으려고 해요. 다음화가 기다려질 겁니다. 반전이 좀 센 편인데,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궁금해요."


현혜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 태그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