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들이 올해 애플과 구글 등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빅테크 주식들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주식에 대한 매수세도 급감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코스닥이 전 세계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미국 주식 전반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7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애플 주식을 총 2억 2528만 달러(약 2972억 원)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5억 8212만 달러를 매수했지만 이보다 더 많은 8억740만 달러를 팔아치웠다. 애플뿐 아니라 그래픽 칩 제조회사 엔비디아(-4억 605만 달러)와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플랫폼(-7010만 달러),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1474만 달러),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업체 ASML(-5299만 달러) 등도 순매도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은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에 투자할 때 주로 선택하는 종목들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의 해외주식 보관금액 순위를 보면 이달 6일 기준으로는 테슬라가 1위였고 애플이 2위, 엔비디아가 3위였다.
나스닥 빅테크 종목 뿐 아니라 미국주식에 대한 관심도 많이 줄어든 모습이다. 예탁원에 따르면 올해 1~3월 미국주식 순매수 결제액은 8억 9902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71억 554만 달러)의 8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특히 이달 들어 미국 주식 순매수 결제액은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서학 개미들이 미국 주식에 대해 ‘팔자’로 돌아선 배경에는 최근 신통찮은 주가 흐름이 있다. 코스닥 지수가 로봇과 에코프로비엠(247540) 등 2차전지 등 주요 테마를 중심으로 연초 대비 20% 이상 급등하면서 미국 주요 주식이나 나스닥 종목보다 더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하자 자연스레 매수세가 줄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코스닥 지수는 올해 29.5% 올랐다. 나스닥종합지수는 15.49%,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6.92% 상승에 그쳤다.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은 올해 1~3월 596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11조 원) 대비 16% 급증했다. 특히 3월 한 달 거래대금은 올해(280조 원)가 지난해(185조 원) 대비 51%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