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중국에서 가격 인하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에 제공하던 보조금 혜택을 종료하자 연초부터 판매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판매량 상위 업체들이 가격을 낮추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다른 업체들도 할인 행렬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스타트를 끊은 것은 테슬라다. 테슬라는 올해 1월 모델Y와 모델3 가격을 6~13%가량 할인했다. 최저가 기준 모델 3가 3만 6000위안(약 680만 원), 모델 Y가 2만 9000위안(약 550만 원) 정도 내렸다. 모델 Y는 한화 4000만 원대 후반으로 떨어지면서 미국 대비 43% 저렴해졌다.
테슬라는 지난해 중국 업체인 비야디(BYD)에 중국 내 전기차 판매 1위 자리를 내준 뒤 절치부심하며 연초부터 가격 인하를 이끌고 있다. 그 결과 1월 중국 내 판매량이 6만 6051대로 지난해 12월(5만 5796대) 대비 18% 증가하기도 했다.
테슬라가 가격을 낮춰 판매량을 늘리자 중국을 비롯한 다른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도 가격 인하에 동참하고 있다. BYD는 지난달 일부 차종에 대해 최고 8888위안 싸게 팔았고 창안자동차도 많게는 10만 2000위안(한화 약 2000만 원)가량 가격을 내렸다. 포드도 마하E 전기 SUV 가격을 20만 9900위안으로 낮췄는데 이는 미국보다 30%가량 저렴한 가격대다.
BYD는 할인 판매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올해 1~3월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92.8% 증가한 55만 2076대를 나타냈다. 특히 가격을 인하한 3월 판매량은 20만 7080대로 올해 1~3월 월평균 판매(18만 4025대)를 웃도는 증가 추세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지금 상태가 지속되면 중소형 업체는 생존 자체가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재정이 탄탄하지 않은 업체들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을 버티지 못해 파산하거나 인수합병(M&A)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둥펑자동차는 합작 브랜드인 둥펑 시트로엥·푸조·닛산·펑선 등의 모델을 최대 9만 위안(약 1700만 원) 할인하기 시작했고 BMW·벤츠·아우디·폭스바겐 같은 독일 브랜드도 가격을 낮추기 시작했다.
더구나 중국은 7월부터 새로운 배기가스 규제를 도입할 예정이어서 현재 생산 중인 모델이 강화된 규제를 맞추지 못하는 자동차 업체들의 경우 물량을 소진하기 위해 가격을 더욱 낮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