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도 타지마할을 방문한 사진과 함께 “나마스테(안녕), 인도의 경이로운 건물과 생기 넘치는 문화를 잊지 못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대만의 국경일인 쌍십절을 맞아 대만 관련 특집 기사를 실은 인도 언론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반면 뉴델리 주재 중국대사관은 “대만은 국가가 아니다”라고 항의했다가 현지 언론과 네티즌들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국제 외교가에서는 대만의 ‘전묘(戰猫·고양이 전사) 외교’가 중국의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를 눌렀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전묘 외교는 민주주의, 인권 존중의 가치를 앞세워 국제사회의 우군을 늘리려는 대만의 외교정책을 일컫는 말이다. 급성장한 경제·군사력을 바탕으로 힘을 과시하는 중국의 전랑 외교와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2020년 7월 차이 총통이 샤오메이친 주미 대만대표부 대표를 임명하면서 “유연한 ‘고양이 전사’의 자질이 있다”고 소개한 데서 유래했다. 샤오 대표는 “대만 외교는 팽팽한 밧줄 위를 경쾌하고 유연하게 걷는 고양이와 같다”면서 “중국의 오만하고 무례한 외교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대만에는 유연하고 부드러운 고양이 전사처럼 세계와 소통하는 고위 관리들이 적지 않다. 몇 해 전 대만 행정원 대변인은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의 대만 방문을 앞두고 중국 측의 반발에 맞서 “우리는 그저 민주주의와 버블티를 좋아하는 똑똑한 나라일 뿐”이라고 말했다. ‘내정간섭’이라는 중국의 공격에 맞선 재치 있는 답변이었다.
샤오 대표가 전묘 외교를 내세워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일본 지지통신이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그를 워싱턴 정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대사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중국의 위협 속에서도 대만의 경제·안보 이익을 지켜내고 있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지난주 차이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의 회동에 반발한 중국은 샤오에게 ‘영구 제재’ 조치를 취했다. 우리도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정교하고 담대한 외교력을 발휘해 국익 극대화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