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차주 대부분이 신용점수 900점 이상의 고신용자로 나타났다. 인터넷은행이 ‘포용 금융’을 내세워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늘려왔지만 담보대출 이용자는 고신용자로 쏠린 모습이다. 모바일로 이뤄지는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0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공시에 따르면 올해 2월 신규 취급분 기준 카카오뱅크의 분할상환식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연 4.29%로, 주택담보대출을 판매하는 16개 은행 중 가장 낮았다. 2월 기준 평균 금리가 가장 높았던 제주은행(연 6.12%)과 비교하면 1.83%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케이뱅크 평균 금리도 4.31%로 전체 은행 중 두 번째로 낮았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해 9월 4.33%, 10월 4.19%, 11월 4.53%, 12월 4.80%, 올해 1월 4.49% 등 6개월 연속 전 은행권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케이뱅크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 역시 매번 전 금융권 중 금리가 낮은 순으로 5위 안에 꼽혀왔다.
하지만 시중은행보다 비교적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인터넷은행 주택담보대출 이용자는 상환 능력이 충분한 고신용자에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월 인터넷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는 카카오뱅크가 955점, 케이뱅크가 950.49점으로 각각 16개 은행 중 1·2위를 기록했다. 차주의 상당수는 신용점수가 950점 이상인 고신용자에 쏠려 있었던 것이다.
이는 올 2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차주의 평균 신용 점수가 903~924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최대 50점 이상 높은 것이다. 차주 평균 신용점수가 가장 낮았던 제주은행(878점)과의 격차는 77점에 달했다. 평균 금리가 높은 제주·전북은행은 그만큼 중·저신용자 포용에 적극적이었던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은행권에서는 인터넷은행 대출은 창구 방문 없이 모바일로 대출을 신청하고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만큼 저신용자의 접근성이 낮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도 “신용대출은 복잡한 절차 없이 비교적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지만 주택담보대출은 훨씬 더 많은 서류가 필요하다”며 “간단한 서류로 소득을 증명하기 어렵거나 많은 서류를 모바일로 준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차주는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의 한 관계자는 “비대면으로 신청할 땐 근로소득·사업소득 등 소득 증빙이 필요한 만큼 증빙할 수 있는 소득이 특별히 없는 상태에서 담보대출을 받아야 하는 경우에는 일반 영업점 창구를 찾지 않을까 싶다”며 “저신용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모바일 활용도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인터넷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고신용자 위주로 선별해 받은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개별 사례와 담보물 등에 따라 각각 다르지만 고신용자와 중저신용자 간 담보대출 금리 차이도 미미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 당국은 인터넷은행의 ‘혁신성’을 주문하고 나선 상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월 27일 판교 테크노밸리의 카카오뱅크 오피스를 방문해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에 ‘책임 있는 금융 혁신’을 강조하며 “디지털 소외 계층에 대한 포용 등 양적 성장에 걸맞은 내부 통제 및 인프라 구축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