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청론직설] “모든 분야 인공지능 접목 ‘AI+X 시대’ 도래…새 일자리 더 창출”

◆유창동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창의적 영역에도 접목한 AI 잘 활용하는 사람 살아남아

8억명 직장 잃을 수도, AI 관리·활용 인력 더 많이 필요

논문 기준 韓 순위 7위, 수학 잘하는 천재들 도전하길

産學硏政 협업해 기술력 높이고 윤리문제 관심 가져야


인공지능(AI)이 그림을 그리고 작곡과 프로그래밍을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최근 미국 오픈AI의 챗GPT가 등장하면서 AI가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혁신의 도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세상을 통제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공존한다. 유창동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1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인간 생활의 모든 분야에 AI가 접목되는 ‘AI+X’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기업과 학계·정부가 협업해 AI의 기술력을 높이는 동시에 윤리적 문제에도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과 직업이 살아남는 시대가 오는 만큼 우수한 인재들이 AI 분야에 과감히 도전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오픈AI가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 ‘챗GPT’, 구글이 ‘바드’를 출시하는 등 AI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챗GPT가 불러온 AI 시대의 개막은 2007년 애플이 스마트폰을 처음 출시했을 당시의 충격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우선 주목할 분야는 컴퓨터 비전이다. 물체 인식과 물체 검출을 포함한 다양한 영상 분석이 딥러닝 기반으로 가능해져 완전한 자율주행도 머지않았다. 그다음으로 주목할 분야는 음성이다. 음성 인식과 음성 합성 기술 발전으로 기계와의 대화가 가능해졌다. 내비게이션이나 스마트폰의 가상비서가 대표적이다. 최근에 크게 주목받는 분야는 초거대 언어 모델이다. 대표적으로 챗GPT처럼 대화형 초거대AI가 활용되기 시작했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기업은 검색 엔진을 활용해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주는 대화형 검색AI를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AI는 고객 대응 챗봇으로 활용될 수 있어 금융 등 다양한 서비스 분야에서 주목하고 있다.

-어느 나라가 AI 분야에서 앞서고 있는가.

△현재는 IBM·오픈AI·구글·MS 등 AI 강자들이 모인 미국이 가장 앞섰다. 이를 화웨이·바이두·알리바바 등을 내세운 중국이 따라잡고 있다. 심지어 중국은 AI로 14억 명의 인구를 통제한다는 전략까지 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일반인에게 AI 기술은 생소하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생성형AI는 텍스트·이미지·비디오·음성 등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는 인공지능 모델을 가리킨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로 패턴을 학습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챗GPT가 바로 텍스트 생성형AI의 대표적인 사례다. 일반적으로 텍스트 생성형AI는 대규모 텍스트 데이터를 사용해 주어진 이전 입력을 바탕으로 다음에 나올 단어를 예측하는 언어 모델을 통해 단어 간의 통계적 관계를 학습한다고 볼 수 있다.

- 챗GPT가 기존 AI와 결정적으로 차별화되는 부분은 무엇인가.

△챗GPT는 문맥 정보를 만들어내는 트랜스포머라는 함수를 사용한다. 방대한 데이터셋을 사용해 대규모 모델을 학습했다는 점에서 기존에 연구되던 언어 모델과 유사하다. 주어진 함수에 따라 문장과 문장 간의 통계적 상관 관계를 학습해 다음에 나올 단어를 뽑아내는 것이다.

  • 챗GPT가 주목되는 이유는 우선 모델의 크기다. GPT-3은 총 1750억 개의 계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GPT-4의 경우 오픈AI 창업자인 샘 올트먼이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계수가 몇조 개에 달할 것이다. 또 하나는 인간의 피드백을 이용해 인간의 문장과 유사한 문장을 생성하도록 학습했고 모델의 성능 평가도 인간이 직접 수행했다는 점이다. 기존 언어 모델은 인터넷에 있는 대규모 데이터셋을 반복 학습해 유해한 데이터를 걸러냈다. 하지만 챗GPT의 경우 여기에 인간이 개입했다. 단순한 통계적 관계에서 더 나아가 의미 있는 관계를 학습시키기 위해 모든 입출력 데이터를 사람이 컨트롤하는 것이다. 또 정제된 데이터로 학습된 모델이 흉내내기 답변만을 내놓지 않도록 인간이 직접 개입해 적절한 응답을 생성했는지 평가했다. 인간과 원활한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질적 수준을 높인 것이 인기 비결이다.


-AI가 ‘프레카리아트(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처한 비정규직)’를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앞으로 모든 분야에 AI가 활용되면서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 바이오·의료, 생산 공정, 금융 서비스, 자율주행은 물론이고 작사·작곡, 소설 같은 창의적인 영역에서도 AI가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예컨대 반도체 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수율(결함 없는 합격품의 비율) 최적화 같은 곳에 활용될 수 있다. 바이오의 경우 질병 예측에 AI가 이용될 것이다. 벌써 의료 분야에서는 AI가 인간의 수준을 앞서고 있다. 특히 X레이를 보고 질병을 판단하는 영역에서는 의사를 능가한다는 연구도 있다. 맥킨지에 따르면 AI 때문에 2030년까지 8억 명이 직장을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AI 기술의 개발·유지나 데이터 분석 등처럼 관리·활용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가 더 많이 창출될 수 있다. AI가 우리 삶에 깊게 스며들면 단순 업무보다 창의적 업무의 비중이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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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윤리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AI가 인류 멸망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초거대 AI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는 ‘환상’이다. 잘못된 지식을 전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탈옥’이다.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한다는 것이다. ‘폭탄을 어떻게 만들지’ ‘완전범죄는 가능할까’라는 질문에는 답을 하면 안 된다. AI를 감옥에 가둔 것이다. 그런데 질문을 교묘하게 바꾸면 탈옥을 유도할 수 있다. 최근에는 AI가 프로그래밍까지 한다. 이렇게 되면 AI가 세상을 제어하는 사태가 올 수 있다. 모든 인간이 AI를 활용한다는 것은 개개인이 핵폭탄 같은 무기를 소유하는 것과 다름 없다는 말이다. AI를 신처럼 따르는 경우도 나올 수 있다. 실제로 ‘AI Gods-Earth 2050’이라는 사이트도 있다. AI의 편파적 판단이 윤리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AI의 편향성이 여러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최근 AI가 채용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편파된 데이터 학습으로 성별·지역별·인종별 편향성을 띤 채 구직자를 판단할 수 있다. 또 해외 금융사들이 AI를 도입해 대출 상환 의지를 평가하는데 AI가 만약 편파적 기준을 가졌다면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결국 AI가 학습하는 데이터에 존재하는 편견과 차별을 없애고 모델의 투명성과 설명 가능성을 추구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 AI 기술 수준은 선진국과 비교해 어느 정도인가.

△LG·KT·네이버·카카오 등 많은 기업들이 활발하게 AI를 연구하고 있다. 현재 초거대 AI 모델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LG가 초거대 멀티모달 AI인 ‘엑사원’을 개발했다. 엑사원은 텍스트와 이미지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초거대 AI 모델로 엑사원이 만든 이미지를 이용한 광고가 올해의 광고 대상을 받기도 했다. KT의 ‘믿음(MIDEUM)’,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 카카오의 ‘KoGPT’ 등도 우수한 AI다. 우리의 AI 기술력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NeurIPS·ICLR·ACL·AAAI 등 AI 분야 최고 학회에서 우리 연구자들이 양질의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발표 논문을 바탕으로 순위를 매기는 AI 랭킹에서 우리나라는 10년간의 논문 기준으로 8위, 5년 기준으로 7위에 올라 있다. 대학 기준 AI 순위에서는 KAIST가 8위, 서울대는 34위에 랭크됐다.

-AI 분야는 승자 독식 시장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초거대 AI 개발에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AI에 쓰이는 A100이라는 그래픽처리장치(GPU)는 개당 약 2000만 원에 달한다. GPT-3을 만들기 위해 1000개 정도의 A100을 한 달 내내 돌렸다고 한다. GPU에 전기료·인건비까지 적어도 몇백억 원은 소요된다. 막대한 돈이 드는 만큼 기업과 정부·학계의 협업이 중요하다. 또 우수한 수학자와 프로그래머가 AI 분야로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 현재 KAIST·포스텍·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10여 개 대학이 AI대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수학 잘하는 인재들이 의대로 몰리는 현상은 안타깝다. 소위 말하는 진짜 천재들이 AI 분야에 도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He is…

1963년 대구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공대(칼텍) 공학응용과학과를 졸업하고 코넬대 전자공학 석사 학위와 매사추세츠공대(MIT) 전기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9년부터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로 재직해왔으며 2006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AI의 한 분야인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강좌를 개설했다. KAIST 내 인공지능공정성연구센터장과 비디오튜링테스트센터장을 맡는 등 AI 분야를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미국 전기전자학회(IEEE) 기계학습기술위원회 위원과 아시아컴퓨터비전콘퍼런스(ACCV) 의장, 한국인공지능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김능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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